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전통시장 활성화정책의 역설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4 17:12

수정 2016.01.14 17:12

[데스크 칼럼] 전통시장 활성화정책의 역설

유통산업이 격변기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전자상거래시스템, 이른바 '핀테크'로 무장한 새로운 쇼핑수단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온다. 모두 소비자의 쇼핑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지 하나로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세계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명품을 가격을 비교해가며 실시간으로 구매하고 시장도 휴대폰으로 보는 시대다.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 5일장을 오가는 정겨운 풍경은 머지않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백화점·마트·전통시장 등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쇼핑몰·소셜커머스 등의 온라인 간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진 지 오래다.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온라인에 들어가서 더 싼값에 같은 제품을 산다. 반대로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더 실속파 소비자는 국내외 모든 쇼핑몰을 여행하며 가격을 따져보고 비교하며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가장 싼 동일 제품을 구입한다. '크로스오버쇼핑', 이른바 멀티쇼핑 시대가 활짝 열렸다.

급변하는 쇼핑 트렌드에 맞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은 처절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몰을 동시에 운영하며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 간에 네 땅 내 땅의 경계, 더 나아가 영역 자체가 모호해진 상황이다. 업태 간 영역파괴와 멀티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트렌드는 '옴니채널' 시대를 몰고 왔다.

유통시장의 변화는 유통산업 전반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유통업계의 올해 키워드가 '채널 다양화'와 '선점'이라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그런데 유통기업들이 이런 유통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도록 밀어줘야 할 정책은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갈길 바쁜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정치권의 '표퓰리즘' 덫에 갇혀 있다. 정치권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06년 전통시장육성특별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지난 10년간 골목상권 지원에 2조5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강제휴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렇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정치권이 이런 처방에 화답해주지 못했다. 2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았지만 전통시장 매출은 10여년 새 40조원에서 20조원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은 43조6054억원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판매액(40조280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온라인쇼핑몰의 어부지리다.

유통산업은 내수시장을 좌우한다. 국가경제나 국민경제 측면에서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기간산업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시시각각 바뀌는 산업환경에 맞춰 유통채널 전반에 대한 대대적 새 판 짜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바뀐 유통환경에 맞춰 유통체계를 개편하고 관련 산업분야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 길을 터줘야 한다. 내수활성화는 유통산업 선진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도 구시대적 발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번에는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에 강제휴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할 건가.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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