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파워볼 광풍, 왜 파워볼을 사는가

말그대로 광풍이었다. 미국 파워볼 복권 얘기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두 번 추첨하는 파워볼은 지난해 11월 7일부터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4000만달러(약 485억6000만원)에서 시작된 당첨금이 19차례 누적되면서 세계 복권 역사상 최대 금액인 15억8600만달러(약 1조9254억원)까지 치솟았다.

당첨금이 불어나면서 파워볼을 팔지 않는 미국 6개 주(하와이·미시시피·네바다·유타·앨라배마·알래스카)와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까지 복권 구입 열기가 번졌다.

한국에서도 파워볼 열풍이 불었다. 미주 한인들과 유학생, 미국에 일시 체류중인 사람들이 파워볼 복권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는 한국 지인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도 미국 한인신문에 등장했다.

언론들은 파워볼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파워볼 추점날짜가 가까워지면서 '파워볼 당첨자, 이렇게 돈 써야 한다' '파워볼에 당첨되면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파워볼 당첨되면 포브스 선정 재벌 명단 몇 위에 오르나' 등등의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파워볼 구매심리를 부추겼다.

파워볼은 1부터 69까지 일반숫자 중 다섯 개와 1부터 26 사이의 파워볼 1개 숫자를 맞추는 게임이다. 1등에 당첨될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이다. 살다가 번개 맞을 확률이 119만분의 1이다. 번개 맞을 확률이 파워볼 잭팟보다 무려 246배나 높은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워볼 당첨확률이 미국 인구 이름 모두 써넣고 거대한 추첨기에서 하나를 뽑았는데 그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일 확률이라고 꼬집었다.

당첨확률이 이처럼 제로에 가까운데도 사람들이 파워볼 복권을 앞다퉈 사는 이유는 뭘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경제 평론가 그레그 입은 '환상으로부터 오는 즐거움'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타공인 '이콘(저서 '넛지'에서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두 개의 자아 중 하나로 냉철하게 자신의 이익을 계산할 줄 아는 합리적 존재이자 계획하는 자아. 휴먼과 반대되는 개념)'이었던 그는 태어나서 한번도 복권을 사본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파워볼 복권을 샀다고 고백했다.

그레그는 '무자비할 정도로' 합리적인 자신이 파워볼 복권을 샀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은 왜 파워볼을 사는가'에 대해 설문조사 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이 '환상으로부터 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복권을 산 사람들은 새 집과 멋진 차, 여가생활과 돈에 대한 불안감 없는 삶을 상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손에 들려진 복권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당첨 가능성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대니얼 카이먼의 '전망이론'은 '가능성의 가중치' 개념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보다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알록 쿠마 마이애미대 교수는 평균보다 낮은 수익률에도 거대한 보상의 기회가 있는 소위 '복권 주식(lottery stocks)'을 선호하는 '긍정적인 비대칭' 성향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가 뭐든간에 많은 사람들이 파워볼 복권을 샀고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최소 3명의 당첨자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플로리다주, 테네시주, 캘리포니아주에서 파워볼 당첨자가 나왔다고 한다.
당첨자가 총 3명이라면 이들은 각 5억2880만달러씩 당첨금을 나눠갖게 된다. 당첨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 속에서 부풀렸던 당첨 확률을 이젠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당첨자에 대한 부러움과 허탈함 속에서 말이다. sjmary@fnnews.com<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