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백지화]

'양대지침' 2대 뇌관 터진 '노동개혁'... 책임론도 급부상

한국노총이 19일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함에 따라 '노동개혁'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한노총은 이날 '합의 파기'와 함께 '노사정위원회 불참'은 물론 전면적인 투쟁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사정 협의 채널인 노사정위는 '한계론'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식물위원회'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한노총이 대타협을 파기한 배경에는 '미봉책'에 그친 합의 수준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노사정 논의에 참여한 책임자들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한노총의 파기 선언과 무관하게 당초 계획대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양대지침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노-정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을 전망이다.

■'미봉책' 그친 노사정 대타협... '뇌관'은 양대지침

한노총이 이날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기로 하면서 노동개혁을 위한 수년 간의 노사정 논의가 물거품됐다. '양대지침' 뇌관이 터진 결과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 해고를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는 이들 지침이 '고용 불안'과 '고용질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발해왔다. 9.15 노사정 대타협 논의 과정에서도 양대지침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정부가 이들 지침의 추진을 주장하자 한노총이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한 배경이기도 했다.

결국 양대지침을 '정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으로 9.15 노사정 대타협은 성사됐다.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정부가 양대지침 추진을 본격화하자 노동계가 재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미봉책'에 그친 결과다.

양대지침 외에도 대타협 안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업종 확대 등 쟁점에 대해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는 수준에 그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정위, '식물위원회' 전락... 관련자 책임론도 급부상

특히 한노총은 대타협 파기와 함께 노사정위까지 '불참'하기로 함에 따라 '식물위원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앞서 노동계 양대 축인 민주노총도 1999년 타임오프제 등에 반발해 노사정위에서 탈퇴했다. '반쪽위원회' 논란에 시달린 이유기도 하다.

다만, 한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이 처음이 아닌 만큼 너무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나 논의 중단 선언은 1998년 7월, 1999년 4월, 1999년 11월, 2000년 10월, 2005년 7월, 2009년 10월, 2010년 5월, 2013년 12월, 지난해 4월 등 9차례에 달한다.

대부분 탈퇴나 논의 중단 수개월 후에는 복귀했다.

노사정위의 조정기능과 대표성에 대한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노동계 한 축인 민노총도 탈퇴한 상황에서 한노총이 과연 노동계의 대표성이 있냐는 것이다. 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아예 배제돼 있다.

노사정위는 1997년 말 외환위기 후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된 사회적 기구로 1998년 1월5일 출범했다.

노사정위에는 노동계에서 한국노총, 경영계에서 한국경총과 대한상의, 정부에서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공익위원으로 참여해 분야별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한편 한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으로 논의에 참여한 노사정 책임자들의 책임론도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고, "한노총이 진정 합의를 파기하겠다면 합의에 참여했던 지도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이런 상황을 야기한 정부 책임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총괄 책임자인 저도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