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현장클릭]혼연일체 외치는 금융당국 '찜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20 18:08

수정 2016.01.20 22:17

[현장클릭]혼연일체 외치는 금융당국 '찜찜'

'혼연일체(渾然一體)' 행동과 의지 따위가 조금도 차이 없이 하나가 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난 3개월 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오가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금융정책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기회가 날 때마다 이 단어를 사용한다. 주로 금감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으�으�' 열심히 해 보자는 차원에서다.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금융개혁 혼연일체'라고 쓴 액자를 금감원에 전달한 그는 지난 19일 양 기관 간부가 모두 모인 '합동연찬회'에서도 이 단어는 빼놓지 않았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마찬가지로 이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모두들 올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핀테크 산업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시급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손발을 척척 맞춰보겠다는데 어깃장을 놓고 싶지는 않다. 기관 간 기싸움으로 낭비할 힘을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럼에도 양 기관이 '한 목소리'를 낼 것을 다짐하는 데 일말의 우려가 남는 이유는 애초 금감원이 민간에 남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정책'이란 깃발을 꽃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동안, 금감원은 금융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는지, 소비자 이익은 침해되지 않는지 눈 부릅뜨고 살필 의무가 있다. 정책을 모두 책임지는 금융위가 감독 당국을 '틀어쥐고' 있을 때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지난해 두 기관이 대립한 대표적 사안으로 꼽히는 '보험상품 표준약관 폐지' 건만 봐도 그렇다. 보험산업의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금융위의 '파격적' 정책에 소비자 보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때 금감원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을 기득권을 틀어쥐려는 감독 당국의 이기심으로만 볼 수 있을까. 금융위가 금융에 대한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한 번에 가지고 있는 한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연초부터 합동연찬회를 개최하는 등 양 기관 간의 스킨십은 짙어지고 있다.
연찬회에 모인 간부진들은 올해 실무진 간 소통까지 더 강화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이 더 자주 만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사이 좋게' 일해나간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금융개혁 추진에 있어 "의지는 물론 실행에 이르기까지 하나돼 화학적 결합수준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한 임 위원장의 발언이 왠지 찜찜한 이유다. 그토록 온전하게 '한 몸'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왜 따로 있어야 하는가.

mrchoi@fnnews.com 최미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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