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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메르켈 총리와 난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27 16:50

수정 2016.01.27 16:50

[fn논단] 메르켈 총리와 난민

'우리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한 독일.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오는 난민을 유럽연합(EU)의 법을 내세워 막을 수 없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론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하루에 1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독일로 몰려들었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이들을 환대했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내심 "휴!" 하고 뒷짐을 지고 있을 때 독일의 난민 포용은 크게 대조를 이루었다. 그런데 점차 메르켈의 리더십이 도전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올해 안에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켈이 비난을 받을 때마다 강조했던 '우리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점차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너무 많은 난민을 수용해 독일 안에서 불만이 들끓고 있다. 당파를 초월해 존경받고 있는 옛 동독 인권운동가 출신의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까지 나서 난민 쿼터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 사회가 난민을 수용해 통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쾰른 대성당 앞에서 발생한 난민(신청자)들의 독일 여성 성폭행 사건도 독일 내 난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당인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 기사당에서 메르켈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EU 회원국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미 난민을 신청한 16만명을 EU 28개 회원국의 경제력과 인구에 비례해 의무 할당하는 안이 EU 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헝가리와 폴란드 등 일부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기독교 신자인 난민들만 받겠다며 버티고 있다. 7세기부터 거의 700년간 유럽 문명은 이슬람과 공존하며 발달한 이슬람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폴란드나 헝가리는 이슬람이 유럽의 적이라는 정체성의 정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EU는 터키의 권위주의 정권을 도와준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3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터키에는 2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거주 중이다. 터키가 이들에게 취업허가를 내주고 유럽으로 떠나는 것을 억제해준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유럽으로 오는 난민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추운 겨울이지만 하루에 2000명 정도가 유럽으로 와서 대부분은 독일로 가려 한다. 1년 전보다 10배가 많은 수치다.

이제 독일의 난민 문제 해결에는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메르켈은 난민 쿼터를 위헌이라 거부하며 난민 유입을 크게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두 달 안에 이를 시행하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은 심각하게 손상된다. 원래 유로화 반대에서 반이민으로 돌아선 포퓰리스트 독일 대안정당(AfD)의 지지율은 1년 전보다 두 배가 올라 현재 10% 정도다. 3월 13일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등 3개주 의회 선거를 필두로 올해 독일에서 5개주 선거가 예정돼 있다.
메르켈이 이끄는 여당 기민당(CDU)이 여론조사대로 패배한다면 그의 리더십은 더 크게 약화될 것이다. 메르켈이 EU의 유일한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없는 EU는 경제와 난민, 테러라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리더십의 공백으로 더 고전할 게 뻔하다. 누가 나서서 메르켈을 도와줘! 정말 부탁해!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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