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덜 내고 덜받는 구조에서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민간의료보험 지출 건강보험으로 유도.. 보험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 전제돼야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의료복지 수준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비의 공공보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하위권에 머문다. 의료비 공공보장이 낮다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의료보험 지출 건강보험으로 유도.. 보험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 전제돼야
27일 보건당국과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비 공공보장률은 지난 2011년 기준 55.3%에 불과하다. 34개 회원국 평균(72.7%)에 한참 못미친다. 노르웨이(84.9%)와 네덜란드(79.5%) 등 대부분의 국가가 의료비의 70% 이상을 건강보험 등과 같은 공공보험에서 부담한다. 반대로 의료비 개인부담률이 대부분 30%미만이며 주요선직국들은 10%안팎에 그친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의료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국민들의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 부담액은 직장인이 10만152원, 지역보험자가 8만1215원이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월급여의 6.12%(이 중 개인 부담 50%)로 OECD 34개국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평균 본인 부담률이 약 10%대다. 일본의 경우에는 9.5%, 대만 8.8%, 독일 15.5%, 프랑스 13.55% 가량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 지출 확대로 보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이들 중 정액형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각각 16.9%, 35.2%이며 둘 다 가입한 비율은 47.8%에 달한다. 이들의 민간의료보험 건수는 1명당 3.7건이며 이들이 부담하는 민간의료보험는 월 평균 33만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보장률은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험료 증가 없이 실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면 할수록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늘리고 이는 다시 보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2006년 64.5%였던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지난 2013년에는 62.0%로 줄었다.
■건강보험,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고쳐야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국민 의료서비스 증진과 복지확대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국민경제수준에 걸맞게 의료비 공공보장을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건강보험을 덜 내고 덜 받는 구조에서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민간의료보험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민간의료보험보다 높고 보장성 확대를 전제로 보험료를 일정부분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은 이런 전망을 밝게한다. 보사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건강보험 만족도는 46.6%로 민간의료보험 만족도(26.7%)에 비해 19.9% 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료를 일정부분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긍정적이다. 응답자 중 64.2%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적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민간보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24.6%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공적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7.4%는 민간보험 없이 건강보험제도만 운영, 3.8%는 민간보험을 확대하고 건강보험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처럼 공공보험료를 더 내고 보장률을 높여서 가계의 의료비를 줄여야 할 시점이 됐다"면서 "우리나라는 민간보험료를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면 가구당 민간보험료가 줄어들어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 이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과 보험료 지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국민들은 보장성을 최대한 높이기를 원하는 데 비해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평균 수준인 73.9%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1인당 월 1만 2000원의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하지만 국민들이 추가 보험료로 지불 수준은 4560원으로 3분의 1수준이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료 체계를 더내고 더받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평균 보험료를 지금보다 1.5배 정도 늘려 3만~4만원 가량 더 낸다면 건강보험 보험료 재정은 45조에서 60조로 늘어나고 이 금액이면 의료기관의 저수가 문제가 해소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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