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클릭]국회선진화법은 왜 망국법이 됐나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28 16:16

수정 2016.01.28 16:16

"쾅!". 2011년 11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18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비준안 처리에 항의하며 최루탄을 터트리고 그 분사액을 정의화 당시 국회부의장에게 뿌렸다. 단상점거는 기본, 전기톱과 해머·소방호스가 옵션으로 등장하고 여야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몸싸움으로 얼룩졌던 '폭력 국회'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다.

국민 앞에 반성한다던 여야는 약 6개월 뒤인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재석의원 192명 중 127명 찬성,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통과시켰다.

21세기 국회를 위한 법안이라기에는 부끄러운 이름인 '몸싸움방지법'이라고도 불릴 만큼 국회 내 폭력을 차단하고, 대화와 협의 정신을 살려 법안 '날치기'를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국회를 선진화하겠다며 도입된 국회법이 도입 4년도 안돼 '망국법'으로 전락했다.
야당갑(甲)질법, 국회마비법, 심지어 '개 발의 편자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새누리당은 태도를 180도 바꿔 헌법소원 등 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피했더니 아무것도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이미 예견됐었다. 당시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상당수 의원들은 '식물국회'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제기한 바 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안건조정제도, 직권상정 요건 강화 등 다수당의 일방적 의사 처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법안의 또다른 축이기 때문이다. 선진화법은 여야간 의견 차이가 나면 과반수 의결이 아닌 5분의 3의 동의가 있어야 법안이 통과된다. 28일 현재 의석 수는 새누리당 157석, 더불어민주당 109석, 정의당 5석, 무소속 22석으로 5분의 3인 180석은 어떤 조합이든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5개월 간 국회가 공전 중인 것도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워진 요건 탓에 직권상정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식물국회 사태가 전적으로 '잘못 설계된 법안'의 탓인지는 의문이다. 법안 발의 당시 '대화와 협의'의 정신은 간곳 없고, 정국 주도권 싸움에만 매달린 정치권도 비판의 대상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는 세월호 참사, 역사 교과서, 방송법 개정 등 굵직굵직한 사안때마다 여야가 마치 '치킨 게임'하듯 버티며 '입법 제로'의 기간을 수시로 반복했다.

급기야 대통령의 입에서 "(국회가)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결과다. 악용하는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법도 소용이 없다"라는 질타까지 나왔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급물살을 탄 지금, 여야는 왜 18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 합의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의 "선진화법이 처음 나왔을때 다수당이 발목잡힐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법안이 통과된 것은 여야가 의회를 합의체로 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이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합의체 정신을 잘 살려야 한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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