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지하세월' 선거구 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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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이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은 '식물국회'에 발목을 잡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이를 지켜보는 선거구 조정대상 지역구를 비롯한 예비후보자들의 답답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도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선거구 부재' 장기화에 대한 항의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예비후보자까지 생겨났다. 충청권 예비후보자들은 지난 26일 국회의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기 위한 릴레이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주를 출발해 천안, 오산, 안양을 거쳐 29일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계획이다.

국회를 상대로 한 소송과 고발도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전속해 갖는 헌법기관인데도 선거구를 재획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메아리 없는 외침'임을 알면서도 성토를 이어가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협상 주체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정수(300석)와 지역구 수(253석)는 잠정 합의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선거구 획정을 놓고는 정치공세를 이어가며 논쟁만 거듭하면서 혼란은 여전한 상태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명도 올리기가 급한 정치신인 등 예비후보자들은 당장 선거구를 예측해 유권자와 접촉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하지만 이미 인지도도 높고 정당 공천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전혀 급할 것이 없고 자연히 선거구 획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사무소를 마련하긴 했는데 현수막도 제대로 달지 못했다. 현수막을 달고 어느 지역 등을 문구에 넣어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안되다보니 막막하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할 수 있는 홍보활동이 많다.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이라는 한 예비후보의 하소연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앞서 여야는 19대 국회 들어 경쟁이라도 하듯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창했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를 보면 기득권을 내려놓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출발선에서 한참이나 앞서 달려가고 있는 것도 부족해 예비후보자들을 출발선에 묶어두는 일까지 해서야 될는지 정치권은 자문해 봐야 한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