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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시청자는 없고 대통령만 보이는 지상파-케이블TV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2 16:15

수정 2016.02.02 16:15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업계의 끝없는 싸움이 갈수록 태산이다.

불과 보름간의 휴전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문형비디오(VOD)를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 잠깐 보여주더니 다시 끊어버렸다. 케이블TV 업계는 이에 맞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뒤주에서 인심 난다'고 미디어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한 푼이라도 프로그램 대가를 더 받겠다는 싸움이 이해는 된다. 그런데 뒤주가 채워지려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지상파와 제이블TV 업체들의 눈에는 시청자가 없는 듯 하다.

여기에다 양 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정부도 국민인 시청자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올해 새해 첫 날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 업체들이 원하는 조건의 재송신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VOD 공급을 중단해 버렸다.

결국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를 송출하지 않겠다고 맞서자 정부가 부랴부랴 협상 중재에 나섰다.

다시 협상 테이블이 펼쳐졌는데, 역시 수훈갑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였다. 협상이 재개되자 바로 VOD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협상이 채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결렬됐고, 결국 VOD도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도 다시 끊기게 됐다.

보름 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보름동안 시청자를 사이에 두고 프로그램을 줬다가 말았다가.....결국 시청자는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싸움에 아무 변수도 되지 않은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돌아보면 더 화가 날 일이다. 공교롭게도 방통위와 미래부가 양측의 VOD 분쟁 조정에 나선 날은 두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하기 하루 전 날이다.

부랴부랴 협상 중재에 나선 덕에 대통령 업무보고 당일에는 VOD도 광고도 아무일 없이 평온했다.

그리고 보름 뒤 다시 난장판이다.

결과만 놓고 해석하는 것이 무리일 수는 있지만, 결국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TV 업계, 정부 부처가 대통령 업무보고 당일을 위해 벌인 쇼판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국 방송산업을 주도하는 정부와 주력 업체들의 눈에 소비자인 국민은 보이지 않고 업무보고를 받는 대통령만 보였던 것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미디어 산업이 어려워 뒤주가 옹색하니 싸움이 잦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뒤주를 채워줄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시청자이고 국민이다.


시청자들은 보름간의 '쇼'를 기억할 것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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