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클릭> 김무성 대표의 침묵은 金?..경고?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5 15:30

수정 2016.02.05 15:30

"그건 이야기 안하겠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뒤 친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대구·경북(TK)지역 '진박(진실한 친박)마케팅' 행보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한 '답'이다. 평소 민감한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얼핏 보기엔 침묵모드가 의미하는 의미심장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할 말은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에 가깝다. 친박계 좌장인 최 의원이 진박 마케팅을 명분으로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TK 물갈이 전도사 역할에 대해 내심 불편하지만 말을 꺼냈다간 자칫 친박과 비박간 갈등 표출로 비쳐질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비판 언급'을 당분간 유예하겠다는 '경고'로도 비쳐진다.


그럼에도 불구, 친박계 맏형인 최 의원의 진박마케팅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대구지역을 벗어나 수도권까지 친박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두루 찾으며 열심히 진박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비박계 예비후보들의 성화에 못이겨 김 대표가 최 의원을 겨낭한 '경고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친박계의 후원을 받고 있는 대구지역 4선 중진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취임일성으로 김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상향식 공천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우선 추천제 적극 활용', 비박계가 다수 포진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김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최 의원의 진박마케팅이 친박계 후보 지원을 넘어 수도권 민심에 역풍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한 비박계의 반발은 갈수록 커진다.

한 비박계 의원은 현재 당 상황을 '끓는 냄비'라고 비유한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같은 불만이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고민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고지순한 진리인 상향식 공천제가 이 공관위원장으로터 공격을 받고 있는 데다 대구와 수도권을 넘나드는 최 의원의 진박마케팅까지 겹치면서 친박과 비박간 정면 충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인 셈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5일 기자와 만나 "요새 지역구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같은 편끼리 좀 싸우지 마라'이다"면서 "이러다가 지지율만 팍팍 떨어지는거 아니냐. 당 지도부는 도대체 (이런 상황에 대해) 뭐하냐"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도 "이미 관행처럼 굳어져 현실적으로 굉장히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서로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당 약세지역인만큼 계파간 갈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조율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김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대구지역 진박연대에 맞서 50여명의 비박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한 것도 양측간 치열한 신경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김 대표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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