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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인천공항 새 수장 '구원투수' 될까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5 15:56

수정 2016.02.05 15:56

[여의도에서] 인천공항 새 수장 '구원투수' 될까

인천국제공항이 '비상(非常)'이다. 인천국제공항 하면 '비상(飛上)'이라는 한자가 떠올랐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이 한자가 더 어울리는 상황에 처했다.

연초 수하물 대란으로 충격을 주더니 잇따른 밀입국, 이어 조잡했지만 테러 시도까지. 서비스는 물론 보안.안전 부문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인천국제공항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잇따른 사건으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막강하던 요새가 한순간에 무너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부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공석이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 정 사장은 인천국제공항 착공 당시인 1992년 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인천국제공항의 기획, 건설, 운영 등에 관여한 공항전문가다. 이전 사장과는 달리 '관피아' '공피아' '낙하산'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정 사장의 첫 행보는 공항전문가답다. 의례적인 취임식 대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 선포식'을 진행하고 현장점검에 나섰다. 사상 최대 여행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설 연휴기간 공항 정상운영을 위해서다. 한번 더 사건이 벌어지면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신인도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틀가량 공항을 둘러본 후 나온 그의 반응은 '실망'.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난 그는 "현장을 둘러보니 서류상으로 보고받은 내용과 다른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밖으로 보여지는 화려함과는 달리 개선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 사장은 경영진과 함께 설 연휴 동안 공항에 상주하면서 직접 여객안전과 공항보안을 챙길 예정이다. 주요 점검사항 100여개의 체크리스트도 작성해놓은 상태다. 안정적으로 설 연휴 동안 공항을 운영한 이후 이달 말까지는 경쟁력 강화 등 공항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개선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사실 인천국제공항 위기론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보안.안전 문제는 물론 자랑이던 서비스평가 측면에서도 경쟁공항들이 바짝 쫓아왔다. 10년 연속 세계 최고서비스 공항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위 그룹과의 간극이 거의 없어 언제 밀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잘나가던 인천국제공항에 위기론이 제기된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최고경영자(CEO)의 마음가짐이 가장 컸다는 생각이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를 떠난 이전 사장들도 재직 중에는 나름 최선을 다했겠지만 다른 목적도 있다 보니 집중하지 못한 결과가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정 사장은 조만간 보안.안전은 물론 서비스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사실 서비스와 보안.안전은 동시에 만족시키기 쉽지 않는 목표다.
취임 초기 많은 최고경영자가 조직원들에게 나타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임 후 첫 행보나 공항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보면 믿고 싶다.


세밀한 점검과 정확한 판단, 빠른 결정으로 '비상(非常)' 상황인 공항을 다시 '비상(飛上)'하는 공항으로 만들 것을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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