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독감' 걸린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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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중국 경제가 엄청난 독감에 걸렸다. 거의 전 세계 시장이 재채기를 할 정도로 독하다. 2016년 첫 2주간 상하이 복합지수는 18% 하락했고 외국인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한목소리로 추가 시장 붕괴 또는 경착륙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새해 금융시장 충격은 몇몇 요인에 따른 것이지만 주로 정책 투명성 및 명확성과 관련돼 있다. 하나는 중국이 주식시장에 도입하려는 '서킷 브레이커'의 부작용이다. 변동성을 낮춘다는 본래 취지와는 크게 다르게 새로운 매도세를 촉발했다. 아마 더 심각한 다른 문제는 위안환율 방향에 관한 시장 혼란이다.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열흘간에 걸친 미국 달러 대비 평가절하와 이에 따른 자본유출 뒤 중국인민은행(PBOC)이 개입하면서 혼란이 촉발됐다.

PBOC에 따르면 혼란은 위안 환율 결정의 기술적 방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통상적인 달러 대비 환율에서 공개되지 않은 주요 통화에 근거한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 개혁은 아마도 위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시장에는 좋지 않았다. 시장은 관리변동환율의 불확실성보다 달러 대비 안정성을 선호한다.

중국 당국이 선의의 개혁에 시장의 기습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PBOC는 위안 환율결정방식을 좀 더 시장친화적으로 바꿔 은행 간 시장의 전날 마감가를 기준으로 일일 고시환율을 고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일회성의 달러 대비 1.9% 평가절하와 맞물려 시장에 중앙은행이 의도적인 평가절하에 나서려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

불확실한 정책소통은 세계 경제흐름과 얽혀 악화됐다.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가 하락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간에 중국 노출 축소와 달러 갈아타기가 확산됐다. 환율이, 특히 신흥시장에서는 주식시장보다 훨씬 더 크게 과잉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PBOC는 위안 방어에 나서 역외 위안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했고, 단기 국제자본유출입 통제도 강화했다.

12월 중국 정부는 강력한 시장지향 개혁 추진을 재확인했다. 환경오염, 과잉설비, 과도한 부채, 높은 세금, 관료적 규제, 국영기업의 독점 특권 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문제는 단기 투자자들이 개혁이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확실한 환율정책에 반하는 단기 헤지를 선호한다.

현대 경제는 모두가 급격하고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의 단기 가격 움직임과 더 완만한 실물경제의 장기 구조조정 간 불일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책담당자들은 과도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걱정할 필요 없이 실물경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금리, 환율 자유화로 촉발된 단기 변동성과 더 거대해지고 더 빨라진 국내외 자본흐름을 관리해야만 한다.

중국의 경우 성장이 기대를 망쳐버릴 정도로 떨어지지 않게 만들면서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단기 케인스식 재정·통화정책과 장기 산업구조조정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장 참가자, 실물경제 주체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시장 신뢰와 안정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폐쇄된 경제에서는 복잡한 정책을 설명하는 게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인이 늘고, 상호연관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시장 신뢰를 투명하고, 신뢰가능한 정책결정과 집행으로 단단히 붙들어맨다는 것을 뜻한다.

오직 시장에 대한 지식을 갖춘 중앙·지방정부 관료, 국영기업 관리자들만이 중국의 단기 안정화 정책이나 장기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샤오강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 회장이 한탄하듯 이 같은 재능을 가진 이들은 중국에 흔치 않다.
그런 인물들은 급여가 높은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당국의 시장친화적 접근 규제를 걱정하거나 또는 부패 사정에 취약하다. 이들을 거대 관료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요체는 위험한 정책도, 심지어 실패조차 용서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숙련된 관료들만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이것이 편안히 이뤄져야 정책이 시장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