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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김무성 대표의 침묵은 金? 경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5 16:20

수정 2016.02.05 18:56

[현장클릭] 김무성 대표의 침묵은 金? 경고?

"그건 이야기 안하겠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뒤 친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대구·경북(TK)지역 '진박(진실한 친박)마케팅' 행보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한 '답'이다. 평소 민감한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얼핏 보기엔 침묵 모드가 의미하는 의미심장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할 말은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에 가깝다. 친박계 좌장인 최 의원이 진박마케팅을 명분으로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TK 물갈이 전도사 역할에 대해 내심 불편하지만 말을 꺼냈다간 자칫 친박과 비박 간 갈등 표출로 비쳐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비판 언급'을 당분간 유예하겠다는 '경고'로도 비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맏형인 최 의원의 진박마케팅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대구지역을 벗어나 수도권까지 친박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두루 찾으며 열심히 진박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비박계 예비후보들의 성화에 못이겨 김 대표가 최 의원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박계의 후원을 받고 있는 대구지역 4선 중진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김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상향식 공천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우선 추천제 적극 활용', 비박계가 다수 포진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김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최 의원의 진박마케팅이 친박계 후보 지원을 넘어 수도권 민심에 역풍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한 비박계의 반발은 갈수록 커진다.

한 비박계 의원은 현재 당 상황을 '끓는 냄비'라고 비유한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만이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고민 지점이 바로 여기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5일 기자와 만나 "요새 지역구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같은 편끼리 좀 싸우지 마라'이다"면서 "이러다가 지지율만 팍팍 떨어지는 거 아니냐. 당 지도부는 도대체 (이런 상황에 대해) 뭐하느냐"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당 약세지역인 만큼 계파 간 갈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조율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김 대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대구지역 진박연대에 맞서 50여명의 비박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한 것도 양측 간 치열한 신경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김 대표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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