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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무원칙 정책, 어느 장단에 춤출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0 17:19

수정 2016.02.10 21:51

[현장클릭] 무원칙 정책, 어느 장단에 춤출까

군대 이등병 시절 얘기다. 하루는 한 상병 고참이 지시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병장 선임이 다른 일을 시켰다. 동시에 할 수 없어, 계급이 높은 병장이 시킨 일부터 하기로 했다. 잠시 후 상병이 와서 자기 말을 무시하느냐며 갈구기 시작했다. 결국 병장이 시킨 일도 못해 '쌍방 갈굼'을 당했다. '몸이 두 개가 아니라서 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자 변명한다며 상욕을 들었다.


구태여 10년 전 좋지 않은 기억을 들춘 건 '정책의 일관성'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상사(상부)에게 정반대 명령을 동시에 들으면 아랫사람은 어느 장단에 춤출지 혼란스럽다. 정부가 원칙없는 정책을 내면, 이를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참여자는 반칙과 변칙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며 "한 정부 내에서 냉탕, 온탕, 냉탕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냉탕의 예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 요건을 강화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다.

'빚 내서 집 사라'며 가계부채 폭탄을 키운 정부가, 뇌관에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이자 성급히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그 유명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 얘기를 했더니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도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바닥 뒤짚기는 '금산분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이명박(MB)정부 시절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가 9%까지 늘어나자 이를 다시 4%로 줄였다. 금융이 산업에 귀속되는 것을 막고 금산분리 원칙을 지킨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이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법안 변경을 추진 중이다.

금융 정책도 마찬가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사의 상품, 금리, 수수료 자율성을 확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사인이다.
하지만 최근 '거친 개혁'을 언급하며 은행 성과주의 도입 등 정부의 노동개혁에 동조하고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밑에 달린 촌철살인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 쉬운 해고를 허용하는 법안에 (강제) 서명하고 있다." 나(아랫사람, 노동자, 흙수저, 을 등)보고 어쩌라구.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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