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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의 대북 카드는?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2 17:22

수정 2016.02.12 17:22

[월드리포트] 중국의 대북 카드는?

중국인들은 최대 명절인 춘제(설) 연휴기간에 가족들과 함께 폭죽을 터트리며 악귀를 쫓고 복을 기원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모그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폭죽 판매에 제한을 두면서 올해 폭죽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4%가량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춘제 기간 폭죽 놀이를 처음 접한 2년 전만 하더라도 설 전날부터 약 1주일간 밤만 되면 폭죽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 정도여서 잠을 못 이뤘다. 당시와 비교했을 땐 올해 폭죽 놀이는 크게 잦아든 느낌이다.

하지만 올해 춘제 연휴 첫날 평온을 기원하며 폭죽을 쏘아올리는 사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중국인들은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선 집권 후 춘제 연휴 기간에만 북한이 두 번씩이나 도발을 하면서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3년 2월 12일 시진핑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기 20여일 전 제3차 핵실험을 단행, 중국을 당혹하게 한 바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자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평양에 보낸 지난 2일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 주석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치노이는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중국과 시 주석을 크게 모욕했다"면서 "시 주석은 이를 절대로 묵과할 인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이 춘제 연휴 기간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중국인들이 중요시하는 체면을 구겼다면서 중국이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해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주변국에 냉전과 자제를 요구하며 강력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시 주석 집권 이후 북한의 핵실험으로 과거 혈맹 관계였던 북·중 관계가 한·중 관계만도 못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의 옌쉐퉁 원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2013년(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북한과 동맹 관계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면서 "양국 지도자가 수년간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는데 동맹이면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원유공급 중단 등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분노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전략적 완충지대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강력한 제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우리는 조선의 정치안정을 보고 싶다"며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조선에 대해 제재를 가하되 조선경제가 붕괴하지 않는 구간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미국과 일본도 강력한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예고한 '중대한 대북제재 결의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와 대북제재 방안을 연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에도 현재 한국과 미국이 가장 강력한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을 선제적으로 꺼내든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에 부합하는 대북 압박카드를 꺼내지 않을 경우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관계가 신냉전 시대로 급속히 회귀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이 어떤 내용의 대북카드를 꺼낼지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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