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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폭스바겐의 '거짓말'과 환경부의 '뒷북'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2 17:23

수정 2016.02.12 17:23

[여의도에서] 폭스바겐의 '거짓말'과 환경부의 '뒷북'

위계(爲計)-거짓으로 계책을 꾸미는 행위. 공무집행방해-공무원을 폭행 또는 협박해 직무를 방해하는 것. 사전에 나온 위계와 공무집행방해의 의미다.

그렇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무엇일까. 법률용어사전을 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목적이나 수단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그의 무지나 착오를 이용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며 기망뿐 아니라 유혹도 포함하고 있다.

쉽게 말해 때리거나 겁을 주지 않아도 공무원을 속여서 국가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면 성립하는 범죄라는 얘기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는 상대방이 반드시 현재 직무를 직접 담당하는 공무원일 필요는 없다. 제3자를 속여 공무원의 장래의 직무집행을 예상한 뒤 방해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불거진 후 우리나라 환경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조치가 나오고 언론의 비판이 연일 쏟아진 후에야 겨우 인증을 취소하고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리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폭스바겐 측은 환경부에 두 줄짜리 리콜계획서를 보내면서 리콜명령을 따르지 않은 채 뒤에선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같은 마케팅 활동에만 열을 올리는 등 우리 정부와 국민을 '기망'했다.

다시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는 이번엔 리콜 계획서에 중요 정보를 담지 않았다며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해당 법인을 대기환경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작 독일 폭스바겐 임원이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실질적인 법률사장인 브라이슨 존슨을 고발한 것은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온 지 한 달쯤 뒤였다.

환경부는 그러면서 고발장에 사기죄를 기재하지 않았다. 일단 고발을 했으니 "검찰에서 알아서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행정기관이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그 사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이 과징금 대상 차량을 축소해 과징금 17억원을 덜 낸 것이 새로 밝혀졌다. 한국에 대한 끊임없는 '위계'이고 '기망'인 셈이다. 물론 환경부의 조치가 나온 것은 그 후다.

환경부는 고발 때마다 "불법차량 12만5500대가 한국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고발은 리콜 압박용'이라고 했다. 환경부의 기대가 실제 이뤄지고 있는지, 과연 '압박' 수단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서둘러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폭스바겐 측의 거짓말을 바로잡는데 세금과 인력을 상당히 쏟아넣고 있다. 당초 필요 없었던 부분이다.
당사자가 허위 주장을 하면서 이에 들어맞은 가짜 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공무원을 속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수두룩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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