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4 17:58

수정 2016.02.14 22:30

신입사원 다모아씨·예비신부 한살림씨·결혼 10년차 이루리씨를 소개합니다
올해는 생활이 유난히 어렵다고 한다.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고, 저금리 기조도 이어질 추세다. 끝을 알 수 없는 긴 불황의 터널로 들어서는 듯한 불안한 느낌이다. 세계 경제는 연초부터 요동을 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퍼진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 세여자가 있다.
한 사람은 사회에 막 첫 발을 들였고, 한 사람은 결혼을 앞뒀다. 어느덧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또 한 사람은 이제 은퇴 후 삶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정된 자원 속에서 긴 인생을 꾸려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산다. 세 여자가 자신들에게 닥친 경제 상황 속에 돈을 모으고 불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수다 형식으로 담아내려 한다. 보험, 부동산, 세무, 금융상품 등 다양한 분야 프라이빗뱅커(PB)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금융 상품 소개, 재테크 조언,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상속.증여 준비, 은퇴설계 등 각종 재테크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신입사원 다모아씨 "초봉 2800만원 회사 다닌지 이제 3주..학자금도 갚고 결혼도 해야 할텐데.."
[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모아'는 태명이었다. 사랑도 모으고, 행복도 모으고, 돈도 모으자고 엄마가 지은 태명이 결국 이름이 됐다. 올해 나이 스물여섯. 들으면 모두 알지만 딱히 '명문'이라고 하긴 애매한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생으로 꼬박 2년을 살았다. 처음부터 큰 꿈을 꾸지 않았던 건 아니다. 누구나 바라는 대기업을 목표로 온갖 노력을 다해봤지만 번번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눈높이를 낮추기를 여러 번. 규모가 크진 않지만 견실한 지금 회사에 어렵사리 입사했다. 최종합격 문자를 받는 날은 주책맞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그동안 쌓인 설움이 추스를 새 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제 신입사원 3주차, 매일 새로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초봉은 2800만원 남짓. 물론 대기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에게도 월급이 들어온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그저 감격스럽다. 알뜰살뜰 모아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학자금도 갚아나가야 한다. 언젠가 결혼도 하게 되겠지. 백수로 지내는 동안 남자는 구경도 못했지만, 이제 취직도 했으니 나에게도 운명의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첫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모님 내복 사들고 주말에 울산 집에 내려갔다 와야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헉, 벌써 밤 11시. 내일 또 출근하려면 얼른 자야지.

■예비신부 한살림씨 "서울 전셋집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 걱정이 기다릴까"
[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또 싸웠다. 지긋지긋하다. 결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걸까. 하긴,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두 번은 절대 못하게 하려고 그렇게 고생시키는 거라고. 맞는 말이다. 하루라도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는걸 보면. 결혼식은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결혼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다. 둘 다 일을 하는 데다 야근도 잦으니, 주말에 일이 몰린다. 이제까지 결정된 건 결혼식 날짜와 식장밖에 없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집이다 집. 이 서울 땅에 내 몸뚱이 하나 누일 곳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전셋값은 말도 안되게 높아지고, 그나마 반전세가 아닌 전세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예비신랑과 나는 서른두살 동갑내기다. 20대 끝자락에 절박한 마음으로 나간 소개팅에서 만나 3년 남짓 연애를 했다. 둘 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직해 나는 8년을, 남자친구는 6년을 꼬박 일했다. 두 사람의 월급을 합치면 매월 650만원이 쌓인다.

그동안 정말 살뜰히 모았다. 친구들이 유럽으로 멋지게 휴가를 떠날 때, 동남아 깜짝 할인 패키지 앞에서도 망설였던 나다. 명품백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그놈의 돈 문제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누구 잘못도 아닌 문제로 벌써부터 이렇게 힘이 들다니. 결혼을 하는 순간 현실이 시작된다는데, 앞으로 닥쳐올 삶을 과연 우리는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결혼 10년차 이루리씨 "애들 학비에 생활비.. 은퇴준비는 무슨, 앞날 걱정에 흰머리만 한웅큼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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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의 리얼 재테크 수다] (1)신입사원도 예비신부도 워킹맘도.. "돈 어떻게 모으나요"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반짝 눈이 떠진다. 전쟁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됐다. 일단 아침 준비부터 해야 한다. 어제 끓여놓은 국을 데우고 계란 2개를 프라이팬에 올린다. 대충 아침상이 차려지면 남편과 아들을 깨우고, 그들이 밥을 먹을 동안 잽싸게 출근 준비를 마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부터는 챙겨야 할 게 두 배는 많아졌다. 내 나이 벌써 마흔셋. 결혼생활 10년차 주부다. 그래도 살림은 여전히 설기만 하다. 직장에서 나는 15년차 베테랑 디자이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회사 내에서도 챙겨야 할 게 많아진다. 점점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일도 가정도 만족스럽지 못한 엉성한 삶이다.

그렇다고 일을 섣불리 그만둘 수는 없다. 지금 남편과 내가 버는 것을 합치면 매월 평균 약 850만원이 모인다. 열심히 벌고 있지만 넉넉한 자금은 아니다. 아이가 적어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살 집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교육비 전쟁을 치러 내려면 그 전에 대출금은 모두 갚아놔야 한다.
남편은 어느덧 마흔일곱, 기업구조조정 얘기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아들을 대학교까지 무사히 공부를 시키고, 장가도 보내야 한다.
100세 시대라는데, 그 모든 숙제를 마치고 우리 남은 생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월급쟁이에게 행복한 노후가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흰머리가 한움큼씩 는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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