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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공지능 로봇, 인간의 조력자인가? 도전자인가?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5 17:09

수정 2016.02.15 22:20

근무환경·서비스 획기적 개선 vs. 인간 일자리 위협
햄버거 만드는 '버거봇' 도서관 사서 '북봇' 등 일자리 대체 이미 진행
신기술의 출현으로 기존 일자리 잠식해도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조력자가 될 것인지, 인간의 경쟁자가 될 것인지를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의 조력자가 될 것인지, 인간의 경쟁자가 될 것인지를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바둑 최강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진 이후 전 세계가 AI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로봇이 가져다줄 편리한 서비스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내주고 뒤쪽으로 물러앉게 될 것인가.

단순노동에서 인간의 계산·판단 능력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흥미는 우려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텔레마케터, 납세대행자, 대출상담사, 은행원, 경기심판, 포장운반, 기계작업자 등의 97% 이상은 빠른 미래에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선 로봇과 AI를 통해 구현될 4차 산업혁명으로 향후 5년간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사라질 일자리가 많다는 것은 인류에게 큰 과제가 됐지만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과 다른 직업이 생겨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나, 얼마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무환경↑ vs. 고용규모↓

국내 반도체공장 라인 오퍼레이터(생산직 사원)로 근무하는 A씨는 4년 전 로봇이 공정에 투입된 이후 업무가 한결 편해졌다.

예전에는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 원판 웨이퍼를 단계별 공정이 끝날 때마다 손으로 일일이 들고 날라야 했지만, 이제는 로봇 자동공정으로 직접 나를 필요가 없어져서다. A씨를 비롯한 오퍼레이터들은 이제 모니터 앞에 앉아 각 공정을 체크만 하면 된다.

각 공정에서 위험한 화학물과 접촉하지 않아 업무상 위험도 또한 낮아져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오퍼레이터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된 이면에는 새로운 오퍼레이터를 고용하는 숫자가 줄어들었고, 명예퇴직 빈도도 늘어났다. 고용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던 30대 이상 오퍼레이터 위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기존 근무인원의 10%가 회사를 떠났고, 신입 오퍼레이터 채용 규모도 예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

A씨는 "1~2년 새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많아지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신입 오퍼레이터들이 무리를 지어 교육받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요즘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지인을 추천하라는 공지도 없어진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인력 대체 움직임 활발

과거 농경시대에 활발히 쓰이던 말과 소가 트랙터 도입으로 없어졌듯 생산활동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분석이다.

패스트푸드점 직원을 대체하는 로봇은 자동화 단계를 넘어섰다. 미국 내 일부 패스트푸드점은 지금도 상당히 자동화된 가운데 모멘텀머신즈가 설계한 프로토타입 요리로봇은 시간당 400개의 햄버거를 주문에 따라 만들 수 있다.

버거봇 설치 공간은 약 2㎡에 불과하지만 소고기 굽기부터 야채 썰기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할 수 있다.

약사도 로봇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수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의 UCSF 메디컬센터 시스템에선 로봇이 약의 수를 계산해서 준비하고 추적 배출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로봇이 처리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은 통계적으로 훨씬 실수가 적고 독성 화학약품과 같은 위험물질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도서관 사서의 경우 대부분의 도서관은 사서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북봇(BookBot) 시스템은 서가에 보관된 책을 로봇크레인 시스템을 사용해서 가져온다. 전통적 선반방식에 비해 필요공간이 9분의 1로 줄어들었다.

■로봇, 인간의 조력자·도전자?

구글이 개발한 AI시스템 '알파고'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다루는 바둑게임으로 인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미 유럽 바둑챔피언 판후이를 꺾었던 알파고는 1000년에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바둑 학습으로 분석된 정보를 쌓아 바둑에 활용하고 있다.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승률의 수를 탐색하는 컴퓨터 기법이 알파고의 무기다. 알파고는 이제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일전을 치를 예정이다. 무궁무진한 전략을 펼치며 지략 대결을 벌이는 만큼 AI와 인간의 대결은 AI를 갖춘 로봇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현실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에 첫선을 보인 파이낸셜뉴스의 로봇기자는 현실에 적용된 AI의 전형적 사례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면서 단 0.3초 만에 시황 기사를 오타 없이 객관적으로 써낼 수 있다. 일반 기자들이 비교·분석을 통해 시황 기사를 써내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도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며 "로봇기술 발전 추이를 지켜보며 일자리와 업무환경을 고려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 막연한 불안감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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