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문화가 우리 경제의 미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이 2030년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대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 주요 원인으로 생산인구 감소, 노동.금융.교육.공공 등 핵심 경제시스템의 비효율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 같은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

2014년 KOTRA가 해외 21개국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제품이 100달러라면 일본의 같은 제품은 120.8달러, 미국 제품은 131.6달러를 적정 가격으로 판단했다. 'Made in Korea'에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적용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문화의 후광효과가 없이는 품질 좋은 물건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예외라면 'K뷰티'로 불리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이다. 화장품류 수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10억달러를 돌파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성공은 품질이 우수할 뿐 아니라 한류 가수와 배우들이 사용하고, 그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동반 성장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산업에 문화를 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반가운 소식은 또 있다. 최근 교황 요한 23세의 애장품인 지구본을 한지를 이용해 복원 중이고, 바티칸 박물관도 로마 카타콤베 프레스코 벽화 사본 복원에 한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유럽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음식을 주제로 열린 엑스포에 진출한 한국관은 '전통과 혁신이 융합된 절대적으로 최고의 관'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한식은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며 23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렇듯 한국 전통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이 산업과 연결돼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문화는 기업 내부경영에 활용돼 기업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구글의 사례와 유사하게 2014년 매출 1조6000억원으로 게임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넥슨의 경쟁력은 문화가 접목된 창의적인 조직문화에 있다. 넥슨은 2012년부터 유화.재즈밴드.도예 등 45개의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성과를 독촉하며 업무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의 문화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우선 디자인을 통해 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디자인랩을 신설하고 요식업, 숙박업 등 해외 진출 서비스산업의 한국적 공간디자인을 지원하는 K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기업이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류 동반진출 특별전담팀을 운영하고, 미래부와 협업해 전통문화와 첨단과학기술 융합형 신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문화를 통한 창조경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1000명의 예술가를 파견해 경영전략, 제품개발, 마케팅 등에 문화의 가치를 확산하고 산업단지.테크노파크 근로자 대상 문화예술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문화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여유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제는 아니다.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문화는 그 자체가 신성장동력이자 기존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촉매제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문화가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문화가 우리 경제의 미래다.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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