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의 심장은 서울 여의도다. 1968년 시작된 정부의 여의도 개발 계획에 따라 1979년 증권거래소가 완공된 이후 증권사들이 속속 여의도로 이전해 증권가를 형성했다. 여의도 이전에는 1956년 명동 옛 국립극장 뒤편(현 명동아르누보센텀빌딩)에 설립된 대한증권거래소 주변이 대표적인 증권가였다. 한데 여의도도 월스트리트와 비슷한 길을 걸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터줏대감인 대신증권은 30년 만에 본사를 고향인 명동으로 옮긴다. 명동 중앙극장 터에 26층짜리 신사옥을 지어 올 연말 입주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되는 대우증권도 곧 본사를 미래에셋 본사인 서울 수하동 센터원빌딩으로 바꾼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여의도에서 세종대로, 메리츠자산운용은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했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도 2004년 을지로 사옥으로 옮겼다. 외국계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애초부터 광화문이나 을지로 일대를 선호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금융전산망의 발달로 금융회사의 입지가 별 문제되지 않는 시대다. 증권사들도 굳이 거래소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여의도는 물 위에 있는 모래섬인 데다 바람이 세서 돈을 쌓아야 하는 금융회사가 자리하기에는 풍수지리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소문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2009년부터 여의도를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된 국제금융센터(IFC)는 변변한 글로벌 금융사 하나 유치하지 못했고 공실도 많다. 정부와 서울시가 탈(脫)여의도화를 막지 못하면 금융허브 전략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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