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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는 중소기업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2 17:31

수정 2016.02.22 17:31

[차장칼럼]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는 중소기업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풀 죽어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지난주 서울 언주로 임피리얼팰리스서울호텔에서 이노비즈협회는 '2016년도 제15차 정기총회 및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했다. 이날 만난 이노비즈기업 대표들 대부분은 원래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지만 예전과 달리 여유가 사라진 모습들이었다.

지난 2014년 팬택의 몰락으로 인해 회사 문을 닫은 납품업체 대표는 "요즘 일이 없어서 그냥 소일거리나 찾으면서 지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대표는 정기총회가 끝나자 비전 선포식을 보지 않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는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주변 대표들이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외환위기 사태에 직면했을 당시의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모 중견그룹은 올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지난 1998년 당시의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곤 비상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올 상반기는 어떻든 버티겠지만 하반기엔 빙하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

이달 초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도 "24년 넘게 경영을 해 왔지만 올해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해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의 실정은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울산 지역 증권사 지점장으로 있는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목소리가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주요 영업대상인데 완전히 초토화되는 바람에 자신도 비상이 걸렸다는 것. 철강, 조선, 자동차산업까지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중소기업들의 실정이 어떤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서울 역삼동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해 목표를 생존으로 잡았다.

정부도 현재의 위기를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골든타임인데 오히려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일단 가던 걸음을 멈춰야 한다.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지 올려다보고, 자신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봐야 한다. 방향을 잡고, 우리의 잘못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면 오히려 죽음을 재촉한다. 눈사태가 나서 파묻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디가 하늘 방향인지 찾는 일이다.
무턱대고 눈을 파다간 땅속 깊이 더 파묻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도 일단 멈춰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조급함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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