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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자본시장의 '거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3 16:46

수정 2016.10.19 13:42

[한미재무학회칼럼] 자본시장의 '거품'

중국 주식시장은 2016년 새해를 폭락으로 시작했고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반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각국의 주식시장도 하락하고 있다. 무엇이 주식가격을 움직이는가.

효율적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 줄어들 때 평균주가는 20~30%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경제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는 자본시장이론에 의하면 주식시장의 폭락은 거품이 터지는 현상이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투자자들이 몰리면 가격 거품이 형성된다.
거품은 사람들의 비현실적인 바람을 반영한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거품이 꺼지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주식시장의 폭락은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다.

지난 1980년대 일본 전체 주가는 미국 전체 주가의 1.5배를 넘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높은 주식가격을 일본 기업들의 성장가능성으로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나친 투기 열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신용제한과 금리인상 정책을 펴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약 2년 사이 닛케이 지표가 63%까지 빠졌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미국 주식시장을 인터넷 버블이라 부른다. 회사 이름에 닷컴(.com)이 붙으면 무조건 대박나는 회사라 생각하고 투자자들이 몰렸다. 계속 주가가 오르고 사람들은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 5년 사이 미국 나스닥 주가지수는 다섯배 넘게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자본시장의 거품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실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품이 형성될 때와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팔려는 사람들이 시장에 몰리면서 가격은 폭락하고 자금의 흐름은 막힌다. 그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중단하면서 불황을 가속화시킨다.

거품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가지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도 혁신적 기술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철로가 놓이기 시작할 때, 새로운 항공 우주산업이 태동할 때,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 투기와 거품이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자본시장의 거품은 생태계의 거품을 닮았다. 자연은 무수히 많은 씨앗을 뿌리지만 오직 소수만이 생존하고 진화해 간다. 거품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사라지지만, 살아 남은 기업들은 혁신을 이뤄낸다. 거품이 밑거름이 되어 애플, IBM, 아마존,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탄생했다.

새로운 혁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는 지나치게 긍정적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부정적일 수도 있다. 주식가격이 비이성적인 투기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나고 보면 거품이었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형성된 시점에서는 아무도 그 거품이 터질 시점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자본시장은 사람들의 기대를 효율적으로 반영한다.

결국 사람이 주체인 자본의 흐름도 사람들의 이성적 판단과 비이성적 심리를 모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위험이 증가할 때 주식시장은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감정적인 본능에 이끌리기도 한다. 주가가 기본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감정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한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은 또 다른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나 정책이 이루어질 때 주식시장은 경제의 핏줄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해 낼 것이다.

변석구 美 베일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약력 △54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재정학 박사 △남인디애나대 교수 △성균관대 초빙교수 △베일러대학교 교수 △한미재무학회 차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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