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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금융·신용교육 앞장 김유리 신복위 선임심사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3 18:10

수정 2016.02.23 22:12

"빚의 무서움 일깨워주기 위해 최선"
[fn이사람] 금융·신용교육 앞장 김유리 신복위 선임심사역

아버지뻘도 더 돼 보이는 남성은 상담석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사업 실패로 불어난 빚을 감당 못하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고 했다. 스물 셋,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들어온 첫 해부터 김유리 선임심사역(사진)은 이 남성처럼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수없이 만났다. 채무조정 심사기간에 안부를 확인하려고 전화를 건 적이 부지기수다.

올해로 11년째 신복위에서 일하는 김 선임심사역은 입사 후 9년간 춘천과 서울에서 채무조정 상담을 했다. 금융에 대한 무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걸 체감하는 과정이었다.
"이자율은 따져보지도 않고 익숙한 광고에 이끌려 대부업체로 향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서민금융 상담 과정에서도 '1년에 이자 얼마 갚아야 하는지 아세요'하고 여쭤보면 '그건 모르겠는데'라고 답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답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교육 현장에서 열정으로 표출됐다. 신복위가 지난 2003년부터 펼쳐온 신용교육 활동을 통해서다. 상담과정에서 얻은 풍부한 사례를 담은 김 선임심사역의 강의는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신복위는 전 직원이 신용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내강사 양성과정을 두고 있다. 전국의 지부에서 상담활동을 하는 직원이 수시로 해당 지역의 학교와 군부대 등에 출강해 채무불이행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게끔 하기 위해서다. 김 선임심사역은 지난해부터 '시범 강사'로 선임돼 사내 직원연수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김 선임심사역은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신용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만 5035명의 학생이 김 선임심사역의 강의를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금융·신용 이해도는 생각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빚의 무서움을 미리 일깨우면 한 명이라도 힘든 시간을 덜 겪게 될 거라고 그는 믿는다. 김 선임심사역은 "대학생들이 학비를 마련하려고 처음에는 장학재단을 이용하다가, 부모님 소득이 높게 잡히거나 성적이 떨어져 학자금대출이 어려워지면 대부업체를 이용해 고금리의 이자를 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1·2금융권 문은 두드려보지 않고 곧장 대부업체로 직행한 경우 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담사례를 활용해 김 선임심사역은 사회생활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특히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강의를 듣고 나서 집안의 경제상황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김 선임심사역은 전했다.
초등학생에게는 용돈기입장 쓰기 등 건전한 소비습관을 배양하는 교육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김 선임심사역은 신용교육의 대상을 넓히는 데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건전한 금융생활을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중요한 만큼 학교에서의 일회성 교육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 신용교육에 대한 내용을 강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rchoi@fnnews.com 최미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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