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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구로다의 오판'인가.. 다음 카드는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4 16:48

수정 2016.02.24 16:48

[차장칼럼] '구로다의 오판'인가.. 다음 카드는

"눈보라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과 같은 최악의 시간이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렇게 썼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마이너스 금리(중앙은행 예치금리 -0.1%) 정책을 시행했다. 목표는 물가(2%)다. 그 이면엔 엔저(엔화 약세)가 있다. 그런데 정책결정(1월 29일) 직후 최대 반전은 엔고였다.
달러당 125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하락하기는커녕 110엔대까지 치솟았다.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가 안전자산 엔화 매수세에 불을 붙인 꼴이었다. 직격탄을 맞은 은행업종 주가 지수는 열흘 새 21%나 추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의 3배에 달하는 폭락이다. 아소 다로 재무장관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전후 처음이라 우왕좌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왜 초반 악수(惡手)가 됐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너스 금리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일으켰다"고 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는 일종의 노림수다. 자산을 사들여 돈을 풀지 않고 이미 풀린 돈을 시장에 돌게 하는 비정상 조치다. 풀린 돈이 고수익 자산에 몰리면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도 오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이밍.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비밀스러울 때, 해외시장의 성장 조짐이 있을 때 효과가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국 경제둔화, 위안화 절하 등 리스크 회피가 강한 분위기에선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심리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또 마이너스 금리는 인하 폭이 커질수록 위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다. 사쿠라카와 마사야 게이오대 교수는 "금리는 결국 플러스로 가지 않으면 세상의 돈은 돌지 않는다"고 했다. 돈이 금고로 숨어든다는 것이다. 오히려 긴축효과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경고다. 24일 현재 엔고(달러당 111엔)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로다(일본은행 총재)의 오판'이다.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엔고와의 싸움판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확신에 차 있다. '물가 2%'의 믿음이 꺾이면 게임은 끝이다. 강성 부양론자인 구로다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 '포탄'을 즉각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3월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 완화책(-0.1%→ -0.5% 또는 자산매입 연 80조엔→100조엔)이 점쳐진다. 또 일본 당국이 국제공조를 명분으로 환율개입을 할 가능성도 있다.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의 비공식 모임이 분수령이다. 이 자리에서 올해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 여기에다 아베 신조 정부는 올여름 참의원 선거 직전 추경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장기침체 위협 속에 주변국의 통화절하 싸움판은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부추긴다.
'다모클레스의 칼(금융위기:탐욕, 망각 그리고 몰락의 역사)'의 저자 유재수는 "세계 경제위기는 한 가닥의 말총에 묶여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과 같다"며 "위기는 반복된다. 자만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적기에 쓸 수 있는 대응책을 맨 앞에 둘 때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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