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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서민금융 보호를 위한 규제의 역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5 16:39

수정 2016.02.25 16:39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서민금융 보호를 위한 규제의 역설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는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외면으로 대부업이나 사채, 계와 같은 사금융 영역이 되었고 높은 금리와 과도한 채권 독촉 등으로 인한 피해가 문제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금융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는 고금리를 규제하고 신용정보 보호를 강화해 무분별한 수집·이용을 제한하며 신용불량으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거나 신용회복을 쉽게 하고,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주변 친지에게조차 돈을 빌려주기 거북해하는 것은 왜일까. 우리 사회에서 담보 없는 채무자가 돈 갚기를 회피하는 경우 정상적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기는 너무 어렵다. 당연히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도 서민금융 취급을 꺼려 서민에 대한 신용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낮은 평가에 머물게 된다. 그러니 위험을 감수하고 고리의 사채놀이나 불법적으로 채권을 독촉할 수 있는 업자들 외에는 서민금융을 취급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채놀이나 대부업을 하기 어렵게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서민금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에게 그나마 남은 금융거래 기회를 없앨 수도 있다.
비상식적 고금리를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민금융에서 신용평가나 채권회수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합리적 수준에서 규제하지 않는 경우 오히려 서민금융 공급을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고금리 규제와 함께 서민의 신용평가나 채권회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춰 서민금융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줄여야 한다. 사채업자들이 일수로 채권을 회수하고 연대보증으로 신용평가를 대신하는 것은 서민금융 시장의 실패를 말해준다.

신용정보의 무분별한 공유나 불법적 채권추심을 막는 것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서민금융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규제를 통해 서민금융 금리를 낮추고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혹여 일부가 혜택을 본다 하더라도 더 많은 서민금융 이용자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휴면예금과 예산을 투입한 미소금융, 햇살론 등도 저소득계층 자활사업을 지원하는 취지는 좋지만 일부에게 선별적 혜택을 주는 데 그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시장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더라도 돈을 많이 꾸는 것이 유리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본지가 개최한 서민금융포럼.대상 주제인 '지속 가능한 서민금융의 길'을 마련하려면 규제와 개입보다는 정확한 신용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정직한 채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신용평가나 채권회수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공급 측면에서 서민금융업 진입을 쉽게 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서민금융 이용 기회를 확대하고 금리도 떨어뜨려야 한다. 서민금융 이용자를 보호한다면서 신용정보 이용이나 채권회수를 힘들게 하면 결국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법하게 신용정보를 모으고 채권을 회수하는 부작용만 늘어나게 된다.
즉 서민금융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규제들이 오히려 서민금융 이용자의 부담을 늘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yis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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