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버행 해소·경영 정상화' 한번에

삼성SDS 매각 자금 3000억으로 삼성물산·삼성엔지 동시 매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 자금 3000억 원을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20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매입에 300억원을 각각 사용키로 했다. 나머지 700여억원은 추후별도 방법을 찾아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매각해야 하는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입해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이슈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를 사들여 경영 정상화를 돕는 방안을 도출한 셈이다.

■물산.엔지니어링 이슈 동시 해소

삼성은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2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과 302억원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해소 명령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 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이날 종가는 15만3000원으로 2.6%(500만주)은 7545억원 정도다. 삼성SDI 전체 물량의 27%를 소화한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0.7%포인트 상승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7500억원 중 2000억원을 가져감에 따라 5500억원 정도가 남게 됐다. 이 중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2500억원 정도인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 700억 추가 매입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주주 청약률이 99.9%에 달해 일반 공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주주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권주 대신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0만주(302억원 규모)를 취득하기로 했다.

삼성측은 "자사주 인수는 회사의 자기자본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줘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약 700억원 규모의 주식은 추후 별도 방법을 찾아서 취득할 계획이다. 그 방법으로 장내 매입과 함께 일정 부분 블록딜로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약 장내 매입을 추진할 경우 유상증자 신주가 상장되는 26일이 최적의 시기로 꼽힌다. 주당 발행가격 8110원인 보통주 1억5600만주가 쏟아지면 주가가 단기 급락할 수밖에 없고 이때 이재용 부회장의 700억원이 사용되면 '주가 부양'과 '물량 확보'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계열사인 삼성SDI가 가진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는 이달 중순 진행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1433억8600만원을 출자해 보통주 1768만127주를 취득했다. 증자 후 삼성SDI가 보유하게 되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1.69%(2291만8426주)로 이날 종가 기준 2300억원 정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