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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9 16:49

수정 2016.02.29 16:49

[fn논단]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영국인들은 유럽연합(EU) 잔류·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 치른다. 이 투표 결과는 단순히 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 투표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실용적인 영국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 EU에 잔류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의 설문조사 추이는 EU 잔류냐 탈퇴냐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백중세다. 그러나 유럽의 난민위기가 더 악화되거나 또 다른 테러가 유럽에서 발생한다면 영국 여론은 탈퇴로 쏠릴 게 분명하다.
영국이 EU에서 탈퇴(브렉시트)한다면 영국과 교역하는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로 결과가 나온다면 영국 정부는 유럽이사회(EU 정상회담)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영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자 단일시장인 EU의 회원이다. EU 28개 회원국 간에는 상품과 서비스,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한다. 영국인이나 독일인, 폴란드인 등 EU 시민들은 다른 회원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해 정착하고 일할 수 있다. 비자 등 보통 외국 이주에 필요한 서류가 필요없다. 따라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이런 권리를 잃게 되며 EU와 새로운 관계 설정을 협상해야 한다.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은(50조) 탈퇴 의사를 통보한 날로부터 2년 안에 협상 마무리를 규정했고, 협상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탈퇴 의사국에 EU 조약에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했다. 영국은 1973년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U의 전신)에 가입했다. 거의 43년이 경과한 지금 많은 산업 분야와 통상정책, 사회정책 등에 EU의 법이 적용된다. 관련 규정만 해도 수만 페이지가 넘고 있어 탈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2년 안에 마무리되기는 어렵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탈퇴 조항이 신설된 후 첫 사례이기에 불확실성이 더 크다.

탈퇴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어쨌든 과도기 규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영국이 아니라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따라서 우리는 영국과 새로운 통상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신통상관계를 수립할 때까지 우리와 영국 간에는 기존의 FTA와 유사한 과도기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이 규정도 영국과 우리의 협상의 여지가 있다. 법적 확실성을 감안하면 그동안 영국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수출하던 상품의 관세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영국과의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브렉시트가 초래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수출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지난달 22일부터 미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브렉시트의 우려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난민위기와 테러, 그리스의 경제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가 '유럽'을 계속 짓누르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대외경제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브렉시트라는 리스크 요인을 감안한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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