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수출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1 16:57

수정 2016.03.01 16:57

무역보험공사 임양현 투자금융본부장
무역보험공사 임양현 투자금융본부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장 가진 돈이 없더라도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없던 소비'를 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하곤 하지만 일반대출보다 높은 금리 탓에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용이 편리하면서 금리도 낮고 국가가 보장하는 높은 신용도를 가진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어떨까.

2016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전진해야 할 우리 경제가 수출실적 급락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지탱해 왔던 해외건설과 플랜트 등 자본재 수출산업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이런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무역보험공사는 선금융 제공으로 '없던 수출'을 만들어 내는 '선금융 후수출'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 발주처에게 싼 금리의 마이너스통장을 미리 발급해 주고, 한국 제품을 살 때마다 결제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이른바 국가가 보장하는 '수출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발주처의 편리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프로젝트 시장은 입찰 단계에서부터 수출기업이 저렴하고 탄력적인 금융조건을 발주자에게 제시해야만 수주경쟁력이 확보되는 이른바 '선금융 후발주'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무역보험공사는 이런 기존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시장개발자(Developer)의 자세로 입찰 전 단계에서부터 발주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는 해외 발주처에도 통해 지난달 '선금융 후수출'구조의 첫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오만 국영기업이 발주하는 석유화학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2.2억불 규모의 기자재를 한국기업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무역보험공사가 발주자에게 선금융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기자재 수출로 이어지고 더 많은 '없던 수출'을 만들어 내는 첫 단추가 된다면, 무역보험공사의 본분인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에게 지원을'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ECA(공적수출신용기관)들은 악화된 해외 시장에서 자국기업의 수주를 돕기 위해 고도화된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 고위험 개도국 프로젝트들은 ECA의 지원이 없이는 금융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무역보험공사는 '선금융 후수출' 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금융협력협약 체결 등 '없던 수출'을 만들어내기 위한 반짝이는 아이디어 생산을 상시화하고 있다.


1차 경제위기를 IT·벤쳐 신화로, 2차 경제위기를 휴대폰·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았다면, 이번 3차 경제위기는 '없던 소비'를 만들어내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선제적 금융지원을 통한 해외플랜트 수요창출을 위기극복의 불쏘시개로 삼고자 한다.

무역보험공사 임양현 투자금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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