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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TPP 가입 서두르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1 17:05

수정 2016.03.01 17:05

[여의나루] TPP 가입 서두르자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으로 시작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지난해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12개국으로 마무리됨으로써 한국의 참여 없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미국.일본의 주도로 멕시코.호주.베트남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FTA로 창설회원국의 국내총생산 합계는 무려 세계경제의 40%에 이른다. 30개 장(章)에 이르는 TPP 협정문은 농산물.제조업은 물론 지식재산권.노동.환경.서비스.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의 국제통상 규범을 담고 있다.

TPP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망을 놓고는 경제전문가들의 논란이 있지만 최근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TPP가 발효되면 2030년 일본의 수출은 23.2% 증가하는 반면 TPP 비회원국인 한국의 수출은 1%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TPP 참여국 중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TPP 참여는 사실상 일본과의 FTA협상과 다름없어 큰 실익이 없다는 것과 TPP 협상이 정치.경제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의 국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의 공동전략이라는 중국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던 점 등이 TPP 협상 불참의 이유였다.

그동안 FTA 낙제생이란 오명을 들어왔던 한국의 수출경쟁국 일본은 TPP 참여로 우리보다 더 큰 FTA 당사자가 됐고,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누려온 한국의 FTA 선점 효과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번 합의한 TPP 협정에서 미국은 승용차.기계.전기.전자 분야 등에 걸쳐 상당수 일본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TPP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 우리 산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TPP 가입국 원.부자재를 자국산으로 인정해 특혜 관세를 부여하는 이른바 '누적 원산지 규정'이다. 한국 제품은 이런 관세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쟁국 제품에 비해 불리해진다. 특히 섬유.의류산업은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도 나온다. 누적 원산지 규정에 따라 베트남 등 TPP 가입국으로 공장을 옮겨야 미국.일본 등지로 수출할 때 관세인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한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성공적 압축성장을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외개방정책을 추진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과감한 FTA 정책 추진으로 오늘날 세계 6대 수출국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체결로 최대 FTA 국가 중 하나가 된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 TPP 창설회원국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에 가입하면 GDP가 1.17% 증가하지만 2019년에는 1.11%, 2020년에는 1.09%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TPP 가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하다.
TPP는 전체적 개방 수준이 기존 한.미, 한.EU FTA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TPP 참여가 단순한 관세인하 효과보다는 역내 공급체계(Supply Chain)에 들어간다는 관점에서 TPP 참여를 판단해야 한다는 통상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신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TPP 로드맵 수립계획을 포함,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일이며 통상분야에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신임 통상책임 장관의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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