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 걸음] 광고성 기사와 알 권리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2 16:58

수정 2016.03.02 16:58

[이구순의 느린 걸음] 광고성 기사와 알 권리

"이번 기회에 e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발송되는 모든 광고성 메시지 전송을 완전금지합시다. 스팸으로 인한 불편과 부작용을 아예 막아버립시다."

"큰일 날 말씀이십니다. 정보와 스팸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귀찮은 스팸인 병원의 상업광고라도 병원 정보를 얻기 어려운 한두 명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보를 얻을 경로가 적은 사람일수록 광고는 더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래서 스팸에 대한 정책은 정보인권과 다양성 차원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7년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의 공개회의 발언내용이다. 사기성 광고로 둔갑하는 스팸 문자메시지의 피해를 예방하자며 광고성 메시지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화끈한' 정책을 내놓은 상임위원이 있었다. 이에 다른 상임위원이 스팸과 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메시지를 받고 활용하는 당사자뿐이라며 '화끈한'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유통되는 뉴스를 평가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가동됐다. 위원회가 정한 여러 제재규정이 있지만, 단순히 정리해 보면 보도자료를 포함해 기사로 위장된 광고성 기사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광고성 기사를 걸러내 인터넷에 유통되는 뉴스를 정화하겠다고 한다. 광고성 기사를 많이 내보내는 언론사는 네이버나 다음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유통하지 못하도록 하겠단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주변에 알리기 쉽지 않은 병이 생긴 A씨가 있다. 병 이름이 뭔지, 병원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 어떤 병원이 용한지 알아보기 위해 그동안 A씨는 인터넷에 병의 증상을 입력하고 사람들의 경험담을 검색했을 것이다. 용한 병원을 찾기 위해 '믿을 만한' 언론의 기사도 살폈을 것이다. 그리고 찾아갈 병원을 결정했을 것이다.

이때 A씨에게 병원 정보를 제공한 언론사의 기사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일까, 뉴스 본래의 임무를 한 정보일까.

앞으로 이런 기사가 사라지면 A씨는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할까. 의사 친구가 있거나 주치의가 있는 사람이야 걱정할 게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물론 극단적 사례다. 제휴평가위원회가 극단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언론사라는 집주인들이 사이비 언론이라는 몇 마리 빈대를 잡아달라며 제휴평가위원회에 불씨를 줬다. 그 불씨가 초가집 한켠을 홀랑 태워먹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인터넷 뉴스와 정보유통 체계 전체를 왜곡시키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문제의 근본은 사실 언론들이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집을 어지럽힌 것이다.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제재에서 벗어날 기발한 꼼수가 또 튀어나와 집이 더 어지럽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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