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지역관광 콘텐츠 '관광두레'로 꽃피우자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6:43

수정 2016.03.03 16:43

[특별기고] 지역관광 콘텐츠 '관광두레'로 꽃피우자

콘텐츠는 관광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말을 빌려 '한국엔 볼거리가 없다'고 실망하는 보도를 쉽사리 보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스스로도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일을 하고 있는 나도 시골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이 마을의 자랑거리는 뭡니까'라고 질문해 보면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이 '아무것도 없어'란다.

그렇지만 차츰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 분들도 마을 여기저기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슬슬 털어놓는데, 사뭇 좋은 관광 아이템들이 발견되곤 한다. 예컨대 비무장지대(DMZ) 민통선에 위치한 경기 연천군 중면은 겨울이면 두루미들의 도래지가 되는데, 이곳 주민들은 대개 두루미에 대한 대단히 해박한 지혜들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율무를 수확할 때 줄기의 높낮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루미의 착륙 유도 여부가 결정된다든지, 또 밭에 떨어진 곡식을 먹을 땐 온전한 것만 먹는다는 등 상당히 실전적인 것들이다.
당연히 이는 생태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훌륭한 지역관광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그럼 이런 지역관광 콘텐츠를 누가 지역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지역사회와 긴밀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관광두레'가 그런 대표적인 정책사업이다. 관광두레는 지역관광 전문인력 '관광두레 프로듀서(PD)'를 지자체 단위로 선발해 관광두레 사업체들과 지역관광콘텐츠를 체계화하고 상품으로 개발해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올해로 4년째이며 현재 29개 지역, 148개 사업체를 중심으로 14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관광두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지역역량 강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꿰는 사람의 역량이 상품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정책사업보다도 '사람'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그 역량은 곧 지역사회의 공동체성과 지역관광 콘텐츠의 강화로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하고, 네트워크가 중시되며 유연성과 함께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관광두레는 결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될 수 없다.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만큼 사업진행 과정에서 사람 간의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은 땅에 물 괴듯 공동체성은 극복의 과정을 거치면 더욱 견고해지는 게 보통이며, 역량 강화와 네트워킹도 시스템을 갖추고 진득하게 기다린다면 분명 좋은 결실로 돌아와 이후 발전에도 가속이 붙게 된다고 확신한다.

부분적인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전남 곡성군의 '밥카페 반(飯)하다'는 기존 사업체가 주민들과 결합한 가운데 서울의 전문 셰프가 재능기부를 해주어 지난해 말 정식 오픈한 후 월평균 200~300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맞춤형 지역관광을 추진 중인 경북 안동시의 '풍류'도 고객만족도나 기존의 관광사업체들의 평판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관광의 경쟁력 강화는 바로 국내관광 활성화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선 지역의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활발해져야 한다. 관광두레에 대해 더욱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육성정책을 펼쳐 지역사회에 대한 활력은 물론, 다양한 관광수요 충족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김재현 건국대학교 녹지환경계획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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