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잘 나가는데 닮고 싶지는 않은 증권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7:18

수정 2016.03.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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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 나가는데 닮고 싶지는 않은 증권사

"잘 봐요. 얼마나 알짜배기인데. 45년 동안 줄곧 흑자를 낸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근데 닮고싶진 않아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신영증권에 대한 외부 평가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임원급 경영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었다. "가장 기대되는 증권사를 꼽아주세요" "벤치마킹하고 싶은 부분은요" "그 증권사는 왜 별로라고 생각하죠."

재밌는 건 어떤 질문을 하든 이야기의 주된 소재로 신영증권이 자주 거론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반응도 비슷했다. '부러운데 글쎄요…'다.


긍정적 어감에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칭찬이었고, 부정적 표현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어떤 평가를 내놓을까. 신영증권 직원은 "40대 가장이 다니기에 가장 좋은 회사, 20대 열혈직원은 불만을 쏟아낼 수 있는 아이러니함이 공존한다"고 촌평했다.

신영증권은 미국식 성과주의가 강한 여타 증권사와 달리 직원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단 1.1%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 직장으로 손꼽힌다. 반면 '새로움' '도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내부 중론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지시사항이 직원들의 영업구조, 업무 형태가 '더 가지려 하지 말고 현재 있는 것을 잘 지켜내야 한다'는 철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한 직원은 "중소형 증권사로 큰 변화 없이 잔잔하게 유지하자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직원을 단 한 명도 자르지 않은 신영증권은 분명 대단한 회사다. 이는 다른 증권사들이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신영증권 직원들의 자부심은 높은 직장 안정성 외에도 발전해 나가는 회사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다.

모든 증권사가 도전하고, 변화하고, 공격적일 필요는 없다. 리스크로 인해 회사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 또한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피해야 할 부분이다.
그간 신영증권은 상품개발, 서비스 연구 등에 있어 새로움보다는 보장되고 익숙한 것들을 선호해 왔다. "유일하게 믿을 곳은 고객뿐"이라는 원국희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고객은 변화한다.
고객의 변화에 신영증권도 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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