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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VR, 전자칠판 꼴 안나려면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4 17:32

수정 2016.03.04 17:32

[현장클릭] VR, 전자칠판 꼴 안나려면

얼마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VR(가상현실) 기기를 선물해 줬다. 그런데 이틀만에 되돌아왔다. "더 볼 게 없어요."란 말을 남기고 놓고 가버린 것.

VR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6'에서도 뜨거운 이슈였고, 그래미어워드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세계적인 배우들이 시현을 했다.

하지만 걱정이다.

성능이 뛰어난 VR기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빈약한 콘텐츠에 있다.
기기만 잘 만들어봤자 볼 게 없으면 도루묵이다.

실제 이런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3D TV와 전자칠판이다.

가정집에 3D TV가 놓여 있지만 정작 그냥 일반 TV처럼 보는 가구가 대다수다.

전자칠판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교실의 핵심인 전자칠판 기술은 우리나라가 어느나라보다 뛰어나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보다 늦게 시작한 일본과 비교해 보면 보급률은 반에 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엔 전자칠판에 사용할 교구용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선생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손에 꼽을 정도다. 당연히 저변이 확대될 수 없다.

전자칠판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고민이 깊다.

뛰어난 기술로 제품은 잘 만들었는데 팔 곳이 없어서다. 그래서 국내 시장보다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의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가 없으니 공공조달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실제 전자칠판의 공공시장 규모는 2009년도 862억원에서 2010년엔 851억원으로 줄었고, 2011년엔 369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리고 작년엔 27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시대다.

우리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소프트웨어가 뒤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및 지역콘텐츠 지원에 총 345억원이 투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론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VR전용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투자 규모를 보면 너무 적다.

유아동을 비롯해 학생들이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및 취미, 스포츠 콘텐츠부터 성인들이 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수만가지, 아니 수십만가지의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야만 VR 시장이 기존 3D TV나 전자칠판과 같은 쇠락의 늪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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