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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거품 낀 만능통장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6 17:25

수정 2016.03.06 17:25

[차장칼럼] 거품 낀 만능통장

그야말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전쟁이다. ISA는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지난해 도입 결정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14일 출시를 앞두고 은행, 증권 업권 간 경쟁도 과열 양상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자동차 경품까지 나왔으며 일부 금융사들은 직원들에게 계좌유치 할당 목표까지 부여키도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ISA계좌에 한정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주면서 경쟁을 불을 붙였다. 은행들은 평소 소원이었던 투자일임업을 확대키 위해서는 ISA를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업권 간 경쟁이 과열로 치달으며 나타날 소지가 있는 불완전판매를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ISA 과열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이지만 내심 ISA 과열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미 기술금융, 안심전환대출, 핀테크로 그 열풍을 맛봤다. 금융당국이 불을 붙이고 각 금융업권 회사들이 서로 선점경쟁을 하면서 금융권에서 뭔가 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주기에 충분했다. ISA 역시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 재산 불리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ISA는 업권 간 경쟁 촉발, 언론들의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주목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최근 금융권에 ISA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마치 ISA를 가입하지 않으면 재테크를 못하는 사람 또는 관심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에 충분한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ISA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권 특히 은행들이 ISA를 열심히 팔아야 할 동기가 있는가. 수요자들은 ISA를 통해 재산을 크게 불릴 수 있을까.

대답은 반신반의다. 갖은 사은품까지 내걸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의 속내는 회의적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직원들이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운용수수료가 낮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ISA는 상품 수수료 외에 운용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운용수수료를 높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수수료가 높으면 금융당국이 ISA를 도입한 취지에 벗어날 뿐 아니라 경쟁사에 고객들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운용수수료를 낮추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계산이다. 은행들이 낮은 운용수수료(0.3~0.5%)를 받고 자산관리를 얼마나 제대로 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3~5년 동안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하며 수익의 비과세 한도도 있다. 특히 안정적인 예적금에 자금을 투자할 경우는 수수료만 나가는 ISA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부활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도 ISA 흥행의 위협요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ISA에 우후죽순 가입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치 ISA에 가입하면 재산이 불어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데 나중에 수익률이 좋지 않아 민원이 집단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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