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前퍼스트레이디 낸시 레이건, 94세 일기로 타계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7 11:21

수정 2016.03.07 13:47



지난 1983년 11월 미국 백악관에 도착한 브렛 핼버슨(한국명 이길우)(오른쪽 두번째)과 안지숙양(왼쪽)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의 소개를 받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이들은 수술 후 건강을 찾았으며 이는 한국에서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사진제공: 브렛 핼버슨
지난 1983년 11월 미국 백악관에 도착한 브렛 핼버슨(한국명 이길우)(오른쪽 두번째)과 안지숙양(왼쪽)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의 소개를 받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이들은 수술 후 건강을 찾았으며 이는 한국에서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사진제공: 브렛 핼버슨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벨에어의 자택에서 심장 기능 악화로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AP통신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성명을 통해 "낸시 여사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새로 정립한 인물"이라며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낸시 여사가 놀라운 인생을 살아온 분으로 강인함과 우아함을 모두 보여줬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지난 1967년에서 75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알츠하이머병과 오랜 투병 끝에 먼저 타계했다.

자신 또한 영화 배우 출신인 낸시 레이건은 남편이 할리우드 배우 시절부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미국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보호자 역할을 한 퍼스트레이디로 주목받았다.

지난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난 낸시는 배우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스미스칼리지 재학때 연극을 전공했으며 1949년 MGM과 영화 출연 계약을 맺었다. 결혼할때까지만 배우 생활을 하려던 그는 1년뒤 남편이 될 로널드 레이건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당시 미국에 일던 매카시즘으로 자신의 이름이 공산주의 동조자 명단에 잘못 올려진 것을 삭제하도록 부탁하기 위해 미국 영화배우노조 위원장이었던 레이건과 가진 식사 자리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으며 2년뒤 결혼했다.

두사람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병으로 먼저 타계하기전까지 52년동안 금술 좋은 부부로 유명했다.

낸시 여사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이 너무 보고 싶다며 지난 2009년에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에게 천국에서 재회하도록 약속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낸시 여사, 비난과 찬사 모두 받아

낸시 레이건은 백악관 입성 초기는 순탄치 못했다.

일류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을 입고 받은 기부금으로 백악관의 인테리어와 식기를 고급스럽게 교체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백악관의 정책 결정에도 자주 개입해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도널드 리건을 경질시키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리모델링으로 백악관의 품격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자신은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일뿐"이라며 남편 '로니'의 대통령 위상을 높이는 내조가 퍼스트레이디로써 유일한 임무라고 늘 강조했다.

사회 운동에도 관심을 가져 미국에서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자 무조건 거부하라는 '저스트세이노(Just Say No)' 운동을 주도했으며 에이즈의 급격한 확산에 무관심하던 대통령 남편에게 심각성을 깨닫도록 설득했다. 또 백악관 매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냉전이던 옛 소련과의 화해도 촉구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하는 남편을 헌신적으로 간호하면서 이 병의 심각성을 깨닫자 퇴치를 위한 연구 기금 모금에 나섰으며 보수성향의 공화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지난 1983년 방한을 마치고 귀국할 때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두명이 수술을 받도록 동행시켜 주목 받기도 했다.

이들의 수술은 한국 내에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수술로 새 생명을 얻은 브렛 핼버슨(한국명 이길우)은 현재 자신의 수술을 주선한 국제자선기구 기프트오브라이프인터내셔널(Gift of Life International)의 글로벌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핼버슨은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레이건 여사의 타계 소식에 "세계는 위대한 여성을 잃었다"며 슬프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남편 곁으로 가서 기쁘기도 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레이건 여사와 재회했을때 고령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자신을 보고 "많이 컸구나"라며 기억했다고 회상했다.


핼버슨은 "레이건 여사는 자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 은인"이라며 "진 빚을 다른 어린이들에게 베풀어갈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로타리클럽과 함께 다른 나라의 심장병 어린이들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도록 주선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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