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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빨간불 켜진 수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8 16:50

수정 2016.03.08 16:50

[여의나루] 빨간불 켜진 수출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2.2% 감소한 36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월을 시작으로 14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한 것이며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장기 감소 기록에 해당된다. 수출품목에서도 무선통신기기 등 소수 품목을 제외하고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거의 모든 수출 주력품목들이 수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둔화의 배경을 일시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시적 요인으로는 먼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성장과 교역의 둔화를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 5% 내외를 기록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간 3%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세계 교역 증가세도 이전에 비해 크게 둔화되었다.

이 외에도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 글로벌 공급과잉 등의 현상으로 석유화학, 철강,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것도 수출부진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둔화의 구조적 요인은 우선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와 산업발전에 따라 중국내 생산자급률이 상승하고 수입대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철강, 석유화학 등 중간재의 국내 조달 확대와 가공무역의 축소로 해외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는 세계 교역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에의 수출의존도가 주요 경쟁국들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가전산업 등에서 해외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무선통신기기와 가전의 해외생산 비중은 이미 80∼90% 수준에 이르고 있고 자동차도 50%에 근접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생산의 초기에는 우리나라로부터 해당 제품의 수출은 감소하지만 해외생산에 필요한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간재의 현지조달 또는 글로벌 소싱을 통한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로부터의 관련 중간재 수출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 밖에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선진국 내 일자리창출 노력이 확대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 해외생산 시설의 본국 회귀(reshoring) 현상이 증가하고,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구조적으로 우리 수출이 둔화되는 요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수출둔화의 배경에는 일시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출둔화의 폭과 지속기간을 고려하면 두 가지 요인 중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한국 수출의 세계 수입에 대한 탄력성의 변화를 추정한 결과(2015)에 의하면 세계 수입수요 1% 증가에 따른 한국의 수출증가가 금융위기 이전 1.8% 수준에서 위기 이후에는 1.4%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수출둔화가 일시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더 많이 일어나고 있고 장기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우리나라의 수출둔화 현상도 점차 개선될 것이나 금융위기 이전의 높은 수출 증가세를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출둔화에 대한 대책도 일시적 요인에의 대응과 함께 구조적 요인에의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

수출제품의 품질개선,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 등의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의 참여 확대, 기술혁신을 통한 신기술 제품의 개발과 수출품목 포트폴리오의 고도화.다양화, 수출채산성의 개선 등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의료,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의 수출산업화를 통해 제조업 위주 수출산업의 지평을 서비스산업으로까지 더욱 확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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