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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교육, 이젠 '주입' 아닌 '소통'의 시대로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9 17:17

수정 2016.03.09 17:17

[fn논단] 교육, 이젠 '주입' 아닌 '소통'의 시대로

교육부는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제도다.

정보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는 과거 일방향의 주입식 교육에서 양방향 소통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식을 쌓는 것으로 출세하기보다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실행하는 인재가 양성되도록 교육정책이 변화돼야 한다. 필자가 만든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토론 프로그램'은 서울대 학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중심이 돼 소규모로 4년째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토론을 학습하며 중등학교에서 토론 교사로서 봉사를 실천한다.
2013년 한 해 동안의 활동집을 책으로 발간해 네이버와 구글에 비매품의 전자책(e-Book)으로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전국의 초중등 교사들이 토론 교육에 참고하도록 14주 동안 서울 인헌중학교에서 교육한 토론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초등학교 6년간 사칙연산을 배웠는데 사칙연산 방식의 근본적인 기법과 흐름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주입식 암기에만 열중했다.

토론 교육의 핵심은 조기에 반복 훈련을 통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인성이 훈육(discipline)된다는 것이다. 이런 토론 교육은 기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익보다는 공익을 인정하는 자세를 배우도록 한다. 인성 교육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생들의 의식이 왕성히 형성되기 때문에 초등 및 중등학생일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교육부는 다음 세 가지를 백견이 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의 조기 토론 교육으로 관의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첫째, 중학교에 토론 교육을 '점진적으로'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왕성한 두뇌활동과 친구 관계 등 집단주의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중학교 단계에서 토론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때 무명의 정치인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과정에는 그만의 특유의 친화적 토론기법과 감동적 연설방식이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우리도 제2, 제3의 오바마 대통령 같은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

둘째, 피교육 대상은 초기에는 자원하는 학생들로 구성해 소규모로 시작한 뒤 서서히 많은 학생으로 대상으로 넓힐 것을 당부한다.

셋째, 교사의 책무인 교육·연구·행정 업무 중에 행정업무를 대폭 단순화·전산시스템화해 토론과 같은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열정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토론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는 데 보람을 갖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생기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책으로 만들어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다른 사람이 참고할 수 있도록 확산한다면 분명 한국의 교육은 변화를 이룰 것이다. 토론 교육은 단순한 발표, 설득을 잘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수많은 불균형, 갈등을 해결하는 데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교육의 변화로 우리 모두 찾고 있는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시대적 사명이다.
교육부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오바마 프로젝트'를 당장 실행해야 한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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