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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서승우 서울대 교수 "자율주행차 대중화 땐 車 '빌려쓰는 물건' 될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9 18:20

수정 2016.03.09 22:32

교통사고 발생 위기 때 무조건 법 지키게 할지 법 어기고 사고 막을지 관련규칙 마련 큰 과제
덕형포럼 강연
[fn이사람] 서승우 서울대 교수 "자율주행차 대중화 땐 車 '빌려쓰는 물건' 될 것"

오는 2030년이면 스스로 도로와 사용자의 상황을 판단하고, 자유롭게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이동을 위해 필요할 때 '빌려쓰는' 물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본격 보급기를 맞기 전에 자동차산업계는 '빌려쓰는' 자동차 서비스 산업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미처 준비하지 않은 완성차업체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깡통 자동차 생산대행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자율주행차는 공유차량이다"

9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덕형포럼(회장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조찬모임에서 서승우 서울대학교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사진)는 '유인운전자동차가 금지되는 시대가 올까'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1억대가량의 자동차가 팔리는데, 2030년이면 그중 10%는 자율주행차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가 본격 보급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라 빌려쓰는 하드웨어의 개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실제로 'SNUber(스누버)'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주행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자율주행차 분야 최고전문가다.


서 교수는 "스누버는 이미 구글의 자율주행차 정도의 주행능력이 있다"며 "스누버는 밤 늦게 귀가하는 여학생들을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주고, 장애인 학생들의 학교 안 이동을 도와주는 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누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함께 개발해 스누버를 이용하고 싶은 학생이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등록하면 스누버가 이용자 앞에 도착하고, 이용자를 목적지에 내려준 뒤에는 다른 이용자가 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결국 자율주행차 시대의 자동차 이용 패턴이 될 것이라는 게 서 교수의 전망이다. 결국 자율주행차 시대는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게 되고, 자동차산업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학계 자율주행차용 규칙 마련해야

서 교수는 자율주행차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사고발생 위기에서 탑승자를 보호할 것인지 보행자를 보호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 차선을 약간 벗어나는 교통법규를 어기면서도 사고를 막을 것인지 무조건 법을 지키도록 프로그래밍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데 가장 큰 과제"라며 "이런 문제는 정답은 없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정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이미 미국에서는 정부와 학계, 기업이 함께 자율주행차 시대의 규칙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 한국에서는 규칙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은 논의를 먼저 시작하면서 주도권을 잡는 쪽이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된다.
이 규칙의 주도권은 결국 산업계의 유불리를 판가름하게 된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규칙과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는 다양한 장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가장 핵심기술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자동차가 2차원, 3차원으로 도로와 주변을 볼 수 있도록 하는 3차원 디지털 지도기술과 오차범위 10㎝ 미만의 정밀위치확인 기술"이라며 "아직 국내에는 3차원 정밀지도 기술이 없어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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