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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3 17:09

수정 2016.03.13 17:09

[차관칼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견되는 순간이다. 머지않아 자동차, 로봇, 교육, 금융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산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세계 각국은 신산업에 깃발을 먼저 꽂기 위해 맹렬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도 그 경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규제가 문제다. 과거 1839년 영국에서는 '붉은깃발법(Red Flag Act)'이 시행되었다.
이 법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성장 추세를 끊고 기존의 마차 산업을 지키려 한 것이다. 자동차 운전 시 최소 3명이 탑승토록 했고, 최고속도도 시속 4마일(6.437㎞)로 제한했다. 이런 웃지 못할 규제로 인해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이 자동차산업의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신산업 분야는 규제가 기술의 진화속도,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다. 무인기로 할 수 있는 사업이 포지티브 방식으로 묶여 있고, 과도한 개인정보 규제는 스마트홈·빅데이터 등 신산업 창출의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당뇨폰 사례와 같이 기준이나 규격이 모호하거나 미비해 출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민간의 신산업 투자계획과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총 105건의 투자애로요인 중 54건이 규제였다. 그간의 규제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획기적인 규제개선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제품.신서비스를 위한 투자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 또는 철폐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월에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네거티브 규제개선 방식'을 채택했다. 신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제기한 규제 애로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모두 개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존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개선은 민간이 주도한다. 민간위원으로만 이루어진 위원회가 규제 존치 여부를 주도적으로 판단한다. 이를 통해 규제 소관 부처의 개입 여지를 없애고, 규제 애로를 피부로 느끼는 민간의 시각에서 규제 철폐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

규제개선은 속도도 중요하다. 신산업은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 드론만 해도 중국 업체가 재빨리 세계시장을 장악했고, 미국.일본 등이 서둘러 상업용 운행 장벽을 치우고 있다.

이번에 도입된 네거티브 규제개선 방식은 즉시 개선.철폐를 원칙으로 하되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 6개월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이하의 경우에는 6개월 내에 개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제품에 대한 규제가 불분명할 경우 규제 적용 여부에 대해 30일 내에 회신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이 바짝 다가왔다. 우리 경제의 위기이자 기회인 것이다.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부 주도 공급자 중심의 정책으로는 시장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민간이 투자하는 신산업 분야를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는 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거티브 규제개선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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