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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2008년으로 돌아가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8 16:49

수정 2016.03.18 16:49

[세계 석학에 듣는다] 2008년으로 돌아가나

2008년으로 돌아가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 경기침체를 겪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답은 분명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만 최근 금융시장 혼란은 2009년 이후 그 어떤 요동과 위험회피 행태보다도 훨씬 심각해 보인다. 이는 최소 7개 글로벌 꼬리 위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 중국 경착륙 우려와 그 가능성이 주식시장과 위안화 가치에 미칠 충격이 복수의 칼날이 돼 돌아왔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경착륙보다는 덜컹거리는 것에 가깝겠지만 투자자들은 계속되는 성장 둔화와 끊임없는 자본 탈출을 지켜보며 여전히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둘째, 신흥시장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이들은 글로벌 역풍(중국 둔화, 상품 슈퍼사이클 종식,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정책 종식 등)에 맞닥뜨려 있다. 상당수는 경상수지·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같은 거시 불균형을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다. 또 대부분이 맥빠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조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지난 10년간 늘린 수조달러 규모의 부채 실질가치는 증가하고 있다.

셋째, 지난해 12월 연준의 제로금리정책 폐기가 오판일 가능성이다. 성장률 하락, (유가 추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강, (달러 강세·증시 조정·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매개가 된) 빠듯한 금융 여건이 이제 미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넷째, 서서히 달아오르던 많은 지정학적 위기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마도 불확실성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의 지역 열강, 특히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 간의 장기 냉전 전망일 것이다.

다섯째, 유가 하락이 미국과 전 세계 주가 하락과 신용 스프레드 폭등 방아쇠를 당겼다. 이는 중국·신흥시장·미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취약한 글로벌 수요-공급 증가보다는-를 가리키고 있다. 저유가는 또 미 증시 비중이 큰 에너지 생산업체들에 타격을 주고 있고, 에너지 순수출 국가들의 국채, 국영기업·에너지 업체들의 신용하락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섯째, 글로벌 은행들은 2008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규정, 이미 도전받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금융기법 부상, 마이너스 정책금리 확산, 악성자산(에너지·상품·신흥시장·취약한 유럽 기업 여신) 신용 손실 증가, 유럽의 자구책을 바탕으로 한 은행 구제금융 움직임에 따른 수익하락에 직면해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이 올해 글로벌 금융 혼란의 '그라운드 제로'가 될 가능성이다. 유럽 은행들은 도전받고 있다. 이민위기가 솅겐조약의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심각한 국내문제들까지 겹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를 끝장낼 수 있다.

게다가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다시 충돌로 치닫고 있어 그리스의 탈퇴 위기도 재연될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는 포퓰리스트 우파·좌파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분열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의 이웃들이 안전하지 못하다. 전쟁이 중동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도 격화되고 있고, 러시아는 발트해 주변에서부터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국경지대에 대한 도발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꼬리 리스크는 드물었고, 성장에 미치는 상흔도 딱 그 정도에 그쳤으며 정책 대응은 강력하고 효과적이어서 위험회피 움직임도 단기에 그치고 자산가격도 이전 수준을 금방 회복했다. 지금은 잠재적인 글로벌 꼬리 리스크 위험 요인이 7개에 이르고, 세계 경제는 무기력한 확장에서 둔화로 이동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 위험자산(주식·상품·신용) 가격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실물경제와 위험자산 간 재앙의 고리를 끊어주고, 이를 역전시켰던 정책들은 김이 빠지고 있다. 정책조합은 재정정책이 아닌 통화정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최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일곱 가지 글로벌 꼬리 리스크 위험요인들이 반복적으로 돌출해 위험자산과 글로벌 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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