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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경제위기 베네수엘라의 교훈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8 16:49

수정 2016.03.18 16:49

[여의도에서] 경제위기 베네수엘라의 교훈

최근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2015년 평균 물가상승률이 197%였고 올해는 무려 700%가 예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화폐단위인 볼리바르(Bs)는 1999년 달러 당 4Bs에서 지난 2월 3일 암시장에서는 1000Bs를 넘었다.

이 배경에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차베스 전 대통령이 있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는 2012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석유가 수출의 95%를 차지하던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으로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그동안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국유화해 자금을 확보하고 '그랑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극빈층에는 무상으로, 서민층에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사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복지정책은 차베스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2년까지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당시 빈곤율은 최저치인 25%로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빈곤율은 73%로 급상승했다. 이는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 없이 앞날을 내다보지 않고 미래자원으로 펑펑 사용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우리나라 상황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마침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각당마다 당선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이런 공약 대부분은 복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하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복지부도 정부를 한몫 거드는 모양새다. 3월 들어 지난해 대통령 순방으로 해외 의료기관 해외진출이 증가했다고 분석자료를 배포하고, 김용익 의원의 의료민영화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하기도 했다.

각당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느라 바쁘다. 새누리당은 간병비 인하, 자동차 소유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 더 부담시키는 건강보험료 체계를 폐지, 취약계층 의료지원 및 정보통신 서비스,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 시니어 행복센터 건립 등을 내놓았다.

더민주는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월 10만~20만원씩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하고, 국민의당은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인건비 정부 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은 연기금의 일부를 신혼부부나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공복지 인프라를 갖추는 데 활용하자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여야 총선공약 실행을 위해서 필요한 예산은 어디서 충당할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공약이 그대로 실천될 경우 2060년 나랏빚이 5500조원에 이르게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가채무는 644조원이다. 복지정책이 실행되면 해가 갈수록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어 재정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예산이 충분해 좋은 복지정책을 많이 내놓아 국민들이 살기 좋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베네수엘라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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