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클릭] 웹캠 해킹, 1년 방치한 정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0 17:09

수정 2016.03.20 17:09

[현장클릭] 웹캠 해킹, 1년 방치한 정부

집과 일터, 학원, 음식점에서 자신의 행위가 자신도 모르게 실시간으로 공개돼 왔다면 당혹스럽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서버를 옮겨간 웹캠 해킹사이트 '인세캠'은 개인용 웹캠 등 CC(폐쇄회로)TV를 해킹해 당사자 동의 없이 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해 왔다. 해당 사이트에는 전 세계 수만개의 영상이 공개돼 있고 한국 소재 웹캠 영상만 수백개다. 집과 상점, 어린이집, 헬스장 등 웹캠이 설치된 공간은 모두 해킹의 타깃이 됐다. 그간 노출된 한국 피해자만 수천명에 이르고 대다수는 피해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영상이 노출된 개인은 은밀한 사생활이 공개됐을 뿐 아니라 범죄 등 2차 피해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지난 2개월 동안 인세캠 취재를 하면서 처음 사이트에 접속, 공개된 영상을 확인하고 관련기관 및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웹캠을 판매하는 상점도 돌아봤다.

이같은 사이트가 1년 넘게 버젓이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은 당혹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진흥원, 정보화진흥원 등 정부기관, 웹캠을 판매하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체들이 이 문제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는 인세캠의 존재조차 몰랐고 온라인 상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총괄한다는 행자부는 1년 전부터 존재를 알고도 업체에 대한 일시적 점검 말고는 특별히 취한 조치가 없었다. 어느 한 기관이라도 주도적으로 나섰다면 인세캠이 1년 이상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대응이다.


웹캠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이용자에게 해킹위험을 경고하고 정부기관이 나서 점검하는 등 상시적 보안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방심위의 모니터링 및 심의절차도 간소화해 인세캠과 같이 위법성이 명백하고 침해가 큰 경우 신속한 차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민 권리를 수호하는 정부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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