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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한·중 FTA 효과 내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1 17:01

수정 2016.03.21 17:01

[fn논단] 한·중 FTA 효과 내려면

수출 감소가 심각하다. 작년 초부터 지난 2월까지 무려 14개월 연속 감소인데다, 특히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8.8%나 줄어 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왜 이렇게 줄고 있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세계 경기 둔화,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도 약화지만 우리 수출의 26%(2015년 기준 1370억 달러)를 차지하는 중국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작년 말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대중 수출을 늘려 비상등 켜진 우리나라 수출에 활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한·중 FTA 합의내용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양국은 최장 20년 이내에 전체 품목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며, 발효 즉시 중국의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958개에 달해 양적으론 상당히 포괄적이다. 둘째, 반면 질적으론 제한적이다.
특히 서비스 및 투자 분야는 1, 2단계로 나눠 진행할 예정인데 1단계의 경우 기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FTA보다 낮은 수준이고,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뉴질랜드, 중·스위스 FTA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개방이라고 한다. 다만 조만간 2단계 협상이 예정돼 있고, 1단계의 '포지티브 자유화 방식'과 달리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이 예상돼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셋째, 서비스산업별 개방내용은 어떤가. 협정문에 따르면 개방분야는 크게 10개 분야, 그중 문화콘텐츠·보건의료·환경·관광 및 여행·전자상거래 등 5개 분야가 핵심이다. 예컨대 문화콘텐츠 분야는 대중국 수출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한류와 연관성이 크고, 드라마·영화 및 애니메이션·게임 등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많다. 또 환경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로 이것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

그럼 한·중 FTA를 통해 어떤 수출효과가 기대되나. 첫째, 한·중 FTA는 즉시발효 품목이 한국 49.9%, 중국 20.1%로 시작은 낮은 수준이지만 10년 후엔 한국은 79.2%(9690개 품목), 중국 71.3%(5846개 품목)까지 관세가 철폐된다. 따라서 10년 이상의 점진적인 장기효과가 예상된다. 둘째, 업종별로는 화장품·가공식품·생활용품·전기전자·기계 등의 수출이 탄력을 받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는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와 제품 인지도 상승을 고려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셋째, 한·중 FTA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단순 수출입을 넘어 기술협력과 투자 등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난 1월, 2월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21%, 12%나 줄어들었다. 물론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대중 수출도 15개월째 감소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FTA 합의 직후부터 수출이 격감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 업계에선 체결효과를 가로막는 요소들 특히 여전히 높은 비관세장벽들이 FTA를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걸림돌이라고 얘기한다.
48시간 내 통관원칙이라든지 까다로운 인증절차 및 심사기간, 중국 국유기업과의 경쟁에서의 차별 배제 등 비관세장벽은 많다. 중국은 법·규정이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법제도 다르기 일쑤여서 모든 업종에 걸쳐 무역제한이 가능하단 얘기도 나온다.
한·중 FTA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비관세장벽해소위원회'를 상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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