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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 방지위한 BEPS 도입, 대비책 마련 시급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2 15:34

수정 2016.03.22 15:34

"해외 다국적기업 64%가 BEPS 도입 전 이미 대비책 마련을 시행했는데 한국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36%만 대응에 들어갔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이희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BEPS 방지대책을 제도화하고 이에 근거한 세무조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의 이중과세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세분쟁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 부문장)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위한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프로젝트'가 상반기 본격 시행되지만 국내 대기업 3분의 1만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6 사업연도부터는 국외 자회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거래내역 공개가 보다 투명해지는만큼 본국과 해외진출국 양쪽에서 이중과세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조세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늘어난 정보공개 의무, 대비책 마련 시급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조세포럼에서는 회계·세무업계 전문가들은 BEPS 관련 이슈와 정부·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G20 주도로 지난해 실행 계획(액션 플랜)이 마련돼 각 나라의 조세제도 변화가 예상되지만 아직 준비사항은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정보공개'의 범위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이 해외에 있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연간 500억원을 넘어설 경우 결산 시점에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2월 결산 법인들의 첫 보고서 제출 시한인 내년 3월까지는 본부 차원의 '마스터 파일'과 각 지역 법인의 '로컬 파일'을 작성해야 한다. 마스터 파일에는 다국적기업의 전반적인 사업운영 방향 등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정보가 담기고 로컬 파일은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주요 거래정보, 이전가격 결정 근거자료 등이 포함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각 국가별 현지법인의 사업활동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는 '국가별 보고서'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 바빠질 전망이다. 단순히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데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희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올해는 본사나 해당 국가의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고 하지만 내년에는 국가별 보고서가 도입되는만큼 미리 대비를 해야한다"면서 "BEPS 정책과 관련 서류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모의 테스트가 선행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해진 거래정보, 조세분쟁 늘어난다
BEPS 시행으로 기업 정보가 해외에 노출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각 국가별 조세제도 차이로 예기치 않게 기업들의 조세 부담이 클어나고 현지 과세당국과의 마찰이 생길 여지도 더 커졌다.

특히 현지 사업장의 과세를 강화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OECD가 작성한 BEPS 보고서 중 외국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조항 위주로 우선 채택했다. 반면 자본 유출이 많은 미국은 내년 예산안에 다국적 기업의 해외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19%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 사업장과의 거래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투명해진 자료를 통해 얼마든지 그 기업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자료가 공개될수록 세계 각국의 과세당국은 세무조사를 통한 정보의 검증을 강화할 테고 그 과정에서 이중과세 문제나 조세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세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정보가 투명해질수록 국제 분쟁이 늘어나고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과세되는 것이 억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발생할 국제조세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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