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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항공안전문화 정착시키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4 17:05

수정 2016.03.24 17:05

[여의나루] 항공안전문화 정착시키자

지난 18일 청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 감속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와 이륙을 위해 이동중이던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19일에는 두바이항공 여객기가 러시아 남부공항에서 착륙 시도를 위해 2시간 동안이나 주변 상공을 선회하다 추락,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여객기의 대형화 초음속화에 따라 항공여행은 대중화시대로 접어들었다. 해외여행을 하려면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항공 사고 소식을 가끔 접하면서 하늘길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최근 여객·화물 운송량이 급증한 데다 저가항공사까지 가세해 운항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촘촘히 짜여진 운항으로 하늘의 과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형사고 발생 개연성이 도처에 널려 있다.


비행기 운항 중에는 조종사의 기술능력과 판단, 성격에 우리의 목숨이 맡겨져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 측과 조종사 노조의 임금인상 협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라는 노래가사처럼 일반 사람은 조종사를 선망의 꽃으로 여기는데, 그런 조종사가 임금인상 명분으로 '승객 안전'을 언급하니, 안전이 마치 협상의 볼모로 잡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긴박한 상황 발생 시 항공기의 빠른 운항속도로 인해 짧은 시간 내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조종사에게는 고도의 경험과 숙련, 그리고 심리적 안정이 요구된다. 최근 한 조종사의 영웅적 삶이 영화화되는데, '허드슨강의 영웅' 설리 슐렌버거의 실화를 다룬 영화 '설리'가 그것이다. 2009년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의 엔진에 새떼가 빨려들어가 엔진이 멈춰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장 슐렌버거는 노련한 비행솜씨와 차분함으로 비행기를 강에 비상착륙시킨 덕분에 탑승객 전원의 목숨을 구했다. 슐렌버거는 평소 비행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깊이 연구한 덕에 이 사고에서 기적적인 수동비행으로 탑승객의 목숨을 구했다. 항공기의 자동조절시스템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종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수동으로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2013년 7월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에서는 오토파일럿이 꺼지면서 자동추력장치(auto throttle)가 '스피드'(SPEED) 모드에서 '홀드'(HOLD) 모드로 변경, 실속 방지기능이 작동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수동으로 추력을 설정하지 않은 채 항공기가 비정상적인 경로와 속도로 하강하다가 뒤늦게 복행을 시도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항공사고는 공항 내의 이·착륙을 전후해 많이 발생한다. 비행 중에는 오토파일럿으로 나아가지만 이·착륙시에는 조종사가 항공기 운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 사고방지대책인 표준운항절차를 잘 지키면서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국토부는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압장치, 진에어 출입문 이상 등 항공기 비정상운항에 대한 조사 결과 비행절차 위반 등 기본적인 안전절차 미준수가 원인이라고 지난 1월 말 밝혔다.


조종사에 대한 관리부실이 사고 발생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2014년 12월 독일 저먼윙스 항공기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조종사가 자살을 실행하는 방편으로 항공기를 프랑스 쪽 알프스 절벽에 충돌시켜 탑승객 150명을 사망케 하여 전 세계를 얼마나 전율케 했던가. 이 사고를 계기로 조종사의 의료정보 공개, 다면적 인성검사, 의사의 환자 정보에 관한 묵비 의무, 알코올 약물복용검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탑승객들의 집단적 소송 제기 움직임이나 감독관청의 운항정지 처분 등 강력한 제재조치 등을 보면 항공사도 이제는 건전한 항공안전문화의 정립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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