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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1년 이선희 원장 "한부모 가족, 대단하고 격려해줄 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5 17:27

수정 2016.03.25 17:27

"한부모 가족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 해요. 문제 가정이나 문제 부모로 깎아내려서는 안됩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1주년을 맞아 25일 만난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원장은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부모는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혹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자녀를 키우는 양육모 혹은 양육부를 이르는 말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부모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더욱이 한부모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까지 꾸려야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혼자임에도 자녀를 어떻게든 직접 키워보겠다는 의지는 정말 대단하고 격려해줄 일"이라면서 "한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취업.결혼.보육 등에서 모두 '을'(乙)이 된다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엄마 혹은 아빠를 지원하는 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지난해 3월 25일 문을 연 이후 한해 동안 38억여원의 양육비를 받아주는 성과를 거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들어온 상담만 해도 3만6000여건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과 사연을 만나고 들었지만, 이 원장은 이혼과 교통사고가 겹치면서 삶을 포기하기 직전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문을 두드린 첫 신청자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처음 봤을 때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았어요. '삶의 끈을 놓을까 말까' 했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어떻게든 도우려는 마음에 생계가 어려운 한부모를 위한 '한시적 양육비'를 지원하기도 했어요."

신청자의 전 남편은 휴대폰까지 바꾸고 잠적했지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끈질기게 추적.설득한 끝에 신청자에게 밀린 양육비 650만원과 장래 양육비 매월 25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지방 분원조차 없는 상태에서 한정된 인원으로 꾸려나가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양육자가 양육비 이행을 집요하게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도 미비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1년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비판에 수긍하면서도 "상당수 경우 비양육자 또한 어려워서 양육비를 못 주는 일이 있다"며 "꼭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양방이 오해를 풀고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 가정법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 원장은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년사건을 다뤄보면 문제 청소년 뒤에는 이들을 방치하는 부모가 있다"며 "부모의 햇볕과 같은 사랑이 충분히 부어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묻기 전에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반죽에 누룩을 넣으면 부풀듯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사람들의 꿈을 키우는 누룩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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