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AI전략' 성장엔진 되살릴까

중국의 3월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영역에서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매년 3월 5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앞서 열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일컫는 '양회(兩會)'를 시작으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까지 한 달 동안 그 해의 주요 정책목표와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양회와 다보스포럼은 매년 열리지만 주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자가 중국에 온 2014년의 핵심 의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에 대한 꿈을 담은 '중궈멍(中國夢)' 실현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였다. 지난해에는 중고속 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비롯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국가통치)이었다.

그럼 올해 눈여겨볼 중국의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사실상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최우선과제로 과학기술 혁신을 꼽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실제 성장률이 6.9%로 하락하자 올해 성장률 목표를 21년 만에 처음으로 6.5~7.0% 구간으로 설정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당국이 2014년부터 실제 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연평균 6.5% 이상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 폐막식 날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일축하며 공급측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국민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며 3국이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추진해 질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아무도 알파고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지만 한·중·일 정상회의, 경제협력 등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파고를 언급하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은연중 드러냈다. 리 총리는 보아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도 "중국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첨단기술 업종 등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아오포럼서 기조연설하는 리커창 중국 총리

또한 중국 당국은 오는 2018년까지 40억위안(약 7184억원)을 투입해 랴오닝성 선양 일대에 AI로봇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특히 독일 등 국내외 로봇기업을 입주시켜 AI로봇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과학기술 혁신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렉 에벌리 퀄컴 사장은 "중국 정부의 AI,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기술 발전의 산업화가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AI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위안(약 2146억원)에서 오는 2020년 91억위안(1조62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이 다국적기업과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eWTP.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eWTP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재를 갖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은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다시 한번 경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양회와 다보스포럼을 통해 세계 각국에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 VR 등 첨단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이 빠르게 식어가는 중국의 경제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지 주목된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