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男 "여친이 더 버는 것 같아도 데이트 비용은 내가.."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7 17:20

수정 2016.03.27 22:06

내가? 네가? 번갈아?.. "데이트 통장 이용땐 서로 부담없어"
데이트 비용 누가 내야 하나
더치페이에 공감하지만 현실선 비용 분담 논란
전문가 '평등성' 강조 "소통 통해 서로 협의를"
#1.회사원 A씨(31)는 여자친구의 연봉을 정확히 모르는 채 데이트 비용 중 70%를 내고 있다. 6개월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는 B씨는 "비용분담 얘기는 꺼낸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7대 3 비율이 됐다"면서 "요즘 비용이 버거워져서 이 문제를 말해보고 싶지만 속좁은 남자처럼 보일까봐 망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2.직장인 B씨(32.여)는 소개팅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연인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루 재미있게 보내면 남녀 모두 손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남자가 밥값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으니 경제적인 부담도 크지 않다. 커피값은 B씨가 내는 편이지만 그마저 남자 측이 모두 내겠다고 나설 때도 있다.
B씨는 "소개팅은 물론이고 이후 두세 번 만날 때까지는 암묵적으로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거의 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만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男


포털사이트에서 '데이트 비용'을 검색하면 관련된 고민상담이 쏟아진다. '남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을 너무 안 내는데 사랑이 식은 게 아니냐'는 질문부터 '6개월간 1000만원 정도를 쓰는 동안 여자친구는 20만원도 안 썼다'는 불만까지 데이트 비용을 놓고 남녀 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첫 데이트에서는 남자가 어느 정도까지 내야 하는지, 나이 차와 월급, 직장인과 학생 등 다양한 관계에서 각각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더치페이 공감하지만 현실은 달라

27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3월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남녀 897명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데이트비용 분담률을 조사한 결과 '5대 5'라고 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반씩 데이트비용을 내야 한다고 답한 사람 중 48%는 남성이고 52%가 여성이다. 여성이 똑같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녀가 같은 비율로 데이트비용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직장인들의 경우 서로 월급 수준에 맞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C과장(33.여)은 "남자친구가 조금 더 버는 걸 알기 때문에 6대 4 정도로 내가 40%를 내고 있다"면서 "내 월급이 더 높으면 당연히 더 낼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3년차 직장인 D씨(29)도 "여자친구가 나보다 사회 생활을 먼저 시작해서 월급이 더 높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액수를 알게 된 뒤로는 선뜻 지갑을 열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회사원 E씨(33)는 "여자들이 돈을 적게 버니까 남자가 더 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남자들도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게 아니라면 비슷하게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트비용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연인 사이의 관계 설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건설회사 사무직인 F씨(32.여)는 다섯 살 연하 남자친구가 아직 대학생인 관계로 데이트비용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F씨는 "소득 수준을 보면 내가 거의 비용을 내야 하지만 남자친구도 그걸 원하는 것 같진 않더라"며 "남자친구가 낼 것 같으면 비싼 음식점은 피하는 등 배려할 게 더 많다"고 말했다. F씨는 "오히려 정확히 반반씩 내거나 여자가 더 낼 경우 자존심이 상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용 아닌 사회적 관계 형성 문제

전문가들은 '데이트비용은 남성이 내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연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인이 일방적으로 비용을 내는 건 서로에게 다 부담이 된다는 것.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 명이 부담을 계속 지면 비용을 지불하는 쪽이 '내가 많이 내니까'라며 관계에서 우선권을 가지려고 할 수 있다"면서 "누군가가 많이 내더라도 '이건 내가 좋아서 돈을 더 부담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비용을 더 내고 말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두 사람의 관계의 평등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인 간에는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비용 문제도 그중 하나인데 결국 두 사람의 소통이 중요하다. 자유롭게 협의하고 상의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연인들마다 조건과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등한 관계 설정과 합리적 비용분담을 위해 데이트통장을 쓰는 커플도 늘고 있다.


일정 비용을 매달 통장에 넣어 데이트할 때마다 이용하는 회사원 H씨(29)는 "학생 때부터 만나서 둘 다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반반씩 통장에 넣고 같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H씨는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지금은 돈을 벌지만 여전히 통장을 쓰고 자연스럽게 서로 월급도 공개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I씨(27)도 "요즘 대학생 커플 대부분은 데이트 통장을 쓰고 있다"면서 "공동통장에 연결된 체크카드로 데이트비용을 결제하는데 한 명이 카드를 가지면 다른 한 명에게 문자로 카드 사용 내역이 전달되도록 해 놓는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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