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차장칼럼] 폭스바겐 사태 반년, 달라진 게 없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7 17:41

수정 2016.03.27 17:41

[차장칼럼] 폭스바겐 사태 반년, 달라진 게 없다

폭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 반년이 지났다. 전 세계의 공분을 산 전대미문의 스캔들로 소비자와 업계 모두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답보상태다. 보상은커녕 성의 없는 리콜계획으로 정부로부터 연거푸 퇴짜를 맞는 등 과연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약 50만대 리콜조치가 발표되고, 소비자에게 일부 보상이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다가 여론의 뭇매와 공정위 조사 압박에 못 이겨 뒤늦게 환급 대열에 동참했다.
이쯤 되면 한국 소비자들을 '봉' 취급하는 게 아닐까 싶다.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입차 전반적으로 고도성장에 비해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수입차 판매는 1987년 50대에서 지난해 24만8900대로 29년 만에 5000배 가까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판매대수로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15.5%이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30%에 육박할 것이란 게 정설이다. 평균 차값이 국산차의 두배에 달해서다. 지난해 수입차 평균가격은 6000만원을 넘어 전체 시장규모는 15조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업계 2위 기아자동차의 내수 매출액(본사 개별기준) 11조6000억원과 비교해도 4조4000억원가량 많다.

수입차업체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국내에서 번 돈은 거의 배당몫으로 가져간다.

포르쉐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등은 배당성향이 보통 90%를 넘는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4년에 순이익의 3배가 넘는 금액을 배당으로 받아가 배당성향 326%를 찍었다. 기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난해 벌어들인 돈에서 올해는 얼마나 배당 명목으로 가져갈지 다음 달 금감원에 제출할 감사보고서가 궁금해질(?) 정도다. 수입차업계가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뒷전이고,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턱없이 부족한 사후관리(AS) 인프라와 비싼 부품 가격, 베일에 가린 수입차 원가 등은 도마에 오른 지 오래지만 이 역시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수입차업체들의 일련의 안일한 행태는 우리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성토 대상이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폭탄세일로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5% 성장했다. 일본과 중국이 각각 18.8%, 36.8% 줄어든 것에 비해서도 예상 밖의 결과다.

내년이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지 30년이 된다. 그동안 수입차업계는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전 세계적 브랜드 명성만큼 국내 소비자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는지는 자문해봐야 할 문제다.


지금처럼 이윤만 좇는다면 그 자체가 스스로 성장을 가로막는 패착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 상생이 중시되고,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는 시대적 물줄기를 거스를 순 없기 때문이다.
역류한다면 언젠간 탈이 나는 법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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