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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유럽 테러와 한국 경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8 17:05

수정 2016.03.29 17:00

[fn논단] 유럽 테러와 한국 경제


영국에서 유럽 통합을 전공하고 지난 6년간 유럽의 복합적인 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해 온 나는 점차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지난 22일 발생한 브뤼셀 테러는 위기의 진원지이지만,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유럽연합(EU)의 대외적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테러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한발 더 앞당기고 있다. 벨기에 정부가 터키가 넘겨준 '이슬람국가'(IS)를 방문한 이번 테러의 용의자인 자국민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EU 28개 회원국에 퍼져 있는 IS 테러망이 예상보다 훨씬 잘 조직됐고, 그 뿌리가 깊어 이들은 날고 있는 반면에 EU 회원국 정부는 기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사설에서 "유럽에서 테러가 일상이 되고 있어 이번 브뤼셀 공격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게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다"라고 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13일 파리테러 발발 후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은 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다. IS 입장에서 보면 공습을 가하고 있는 EU 주요 국가에 무차별적 테러를 자행해 공포심을 심어주고, 이곳 시민으로 하여금 자국 정부를 불신케 하는 게 목표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유럽의 분열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IS는 당연히 이를 노리고 영국의 국민투표가 예정된 6월 23일 전에 또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 회원국들은 테러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유럽적 해결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반면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번 호기를 놓칠세라 탈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독립당(UKip)의 국방문제 대변인 마이크 후켐은 "EU 회원국 시민들의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때문에 국경을 통제하지 않아 테러가 발생했다"며 EU 탈퇴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 우선 영국은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도버해협으로 건너는 각종 교통수단에 난민이 승차하지 못하도록 국경을 통제해주고 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프랑스는 이처럼 난민을 통제해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경제장관은 이달 초 영국의 브렉시트를 경고하며 이 점을 강조했다. 또 하나는 아무리 영국의 정보력이 다른 EU 회원국을 앞선다 하더라도 다른 회원국의 도움 없이 테러범과 테러망을 격퇴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의 한 엘리트는 지난해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지식인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확률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가 후보가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낮다. 즉 엘리트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인식이 문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영국의 브렉시트는 그 비용이 이득보다 매우 크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테러와 난민 위기의 악화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 순풍이 되었다. 테러위기가 계속되면 EU 시민들은 소비지출을 줄이고 이는 우리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난해 4·4분기 프랑스 경제는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가계소비는 전 분기에 비해 0.4%나 감소했다.

중국의 성장둔화, EU의 테러와 브렉시트 가능성. 여러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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